본문 바로가기

[경제 issue &] IPO시장 새 중심, 홍콩 증시를 주목하라

중앙일보 2010.09.30 02:34 경제 4면 지면보기
해외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홍콩을 방문했다. 자주 찾는 곳이지만, 요즘 홍콩 증시의 변화에 다시 놀랐다. 홍콩은 글로벌 기업공개(IPO)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홍콩 증시의 파워는 바로 중국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글로벌 증시가 살아나면서 중국 기업들의 IPO가 다시 줄을 잇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 기업들의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욕구는 매우 높았던 반면 취약한 시장 여건 때문에 많은 기업이 그 시기를 늦춰왔다. 올 상반기만 해도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중국농업은행이 겨우 IPO에 성공했을 정도다.



과거 중국 기업들은 IPO를 위해 미국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문을 주로 두드렸다. 하지만 요즘은 딴판이다. 홍콩을 가장 선호한다. 최근 미국 증시의 불안한 수급 상황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상장 프리미엄이 많이 떨어졌다. 이에 비해 홍콩 증시는 더 풍부한 거래 유동성을 자랑한다. 또 중국의 내수기업들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게 홍보에서 유리하다.



홍콩 증시에서 9월 중 IPO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인 중국 기업은 20여 개에 달한다. 청약 열기도 뜨겁다.



최근 마감된 청약을 살펴보면,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이 여성용 피부 화장품업체인 매직 홀딩스가 787대 1, 유아용품 판매업체인 보시와가 485대 1을 기록하는 등 매우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상장 첫날 시장의 반응도 비교적 좋다. 심장 질환과 당뇨병 관련 의료기기 제조 업체인 마이크로포트는 상장 첫날 36% 급등했다. 공모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는 대형 딜들도 있다. 해운 업체인 SITC, 몽골 광산 기업인 몽골리안 마이닝, 중국 민영 조선 업체인 룽솅 등이 대표적이다. 10월 중 상장 예정인 AIA의 공모 규모는 15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 최대 규모 딜이다.



이 IPO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KTB자산운용은 홍콩법인을 설립해 올 4월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IPO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는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IPO펀드들의 운용 성과를 보면 ‘KTB글로벌 공모주 1호’가 최근 3개월 새 14.5%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동양투신의 ‘글로벌 IPO뉴스탁 펀드’도 3개월 수익률이 9.8%에 달했다.



홍콩 공모주 시장은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이다. 전체 공모 물량의 90% 정도가 기관 청약에 의해 소화된다. 피델리티, 중국생명보험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IPO시장이 장기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을 발굴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내기 위해 이들 기관은 혈안이 돼 있다. 리스크 요인도 있긴 하다. 올 5월 남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됐을 때 일부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우량 기업들의 경우 상반기 뛰어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홍콩 증시가 대형주보다는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 위주로 반등함에 따라 신규 상장 종목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IPO 확대에 따른 과다한 주식 유통과 유동성 고갈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장성 있는 기업들의 상장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장기 투자 매력을 높인다. 홍콩의 글로벌 IPO 허브 부상은 한국 증시에 큰 자극제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