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값 1300달러 돌파 … 중앙은행들 ‘금 사재기’

중앙일보 2010.09.30 02:23 경제 1면 지면보기
사상 최고가 행진 중인 금 값이 온스당 1300달러 선도 넘어섰다. 세계경제의 향방이 불확실한 데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며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고 있는 영향이다. 민간투자자뿐 아니라 중앙은행들까지 ‘금 모으기’에 나서면서 금 값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9.7달러(0.75%) 오른 온스당 1308.3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 130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금 값을 밀어올린 건 9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보다 하락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돈을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투자자들은 금으로 몰렸다.



잇따르는 경기 부양책에다 환율 전쟁까지 가세하면서 금 값은 올 들어서만 20%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선 상승 추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9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금시장협회(LBMA)는 최근 연례총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 1년 내 금 값이 온스당 14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설문에는 귀금속 생산업체와 금융권 관계자, 시장분석가 등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케빈 크리스프 LBMA 의장은 “참석자들의 4분의1 이상이 1500달러 부근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 심지어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금 값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건 시장 관계자들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유럽의 재정위기도 해소되지 않자 인도·러시아·태국 등의 중앙은행은 달러와 유로화 자산을 줄이고 대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인도의 금 보유액은 올 6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55.9% 늘었고, 태국도 18.5% 증가했다.



그간 수익이 안 나는 금을 꾸준히 팔고 대신 국채를 늘려 온 유럽 중앙은행들도 올 들어서는 금 매각을 주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유로화 사용국과 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은 금 6.2t을 팔았다. 이들이 1999년 이후 연평균 388t의 금을 팔아 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도를 중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세계 중앙은행들이 88년 이후 처음으로 금을 순매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경기가 호전되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옅어지면 금 값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최근 “현재 금 값은 극도로 거품이 끼어 있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귀금속 담당 분석가인 톰 켄달도 FT에 “주가가 계속 오른다면 금이 기록적인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