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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가 평가하는 한·러 20년

중앙일보 2010.09.30 01:50 종합 14면 지면보기
“정치는 한계, 경제는 발전, 문화는 답보.”


‘롤러코스터’ 외교에 경제는 2순위 … ‘문화 소통’ 깊어져야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9일 한반도평화연구원과 원동문화개발기구가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참석자들은 지금까지의 양국 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정치·외교(신범식 서울대 교수) ▶경제·통상(권원순 한국외대 교수) ▶사회·문화(이문영 한양대 연구교수) 분야의 발표 내용을 요약했다.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한러시아협회가 후원했다.



◆정치·외교=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 효과를 경험했다. 상대방에게 과도한 기대를 했던 ‘과열기’(노태우 정권) 직후 상대에게 실망한 ‘급속한 냉각기’(김영삼 정권)가 이어졌다. 이후 소강상태의 ‘관리기’(김대중 정권), 안정적인 ‘발전 모색기’(노무현 정권)를 거쳐 현재의 전략적 협력 추진기(이명박 정권)에 이르렀다. 하지만 북한 문제가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올해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양국 관계를 또 한번 시험대에 올렸다. 러시아가 한국의 기대와 달리 이 사건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가 이 같은 한계를 드러낸 데는 ▶기본적인 신뢰 부족 ▶미래 비전에 대한 합의 기반 취약 ▶제도화 미미 등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통상=지난 20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다. 무역 규모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의 대러 투자 또한 15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교역 및 투자에 기초해 발전해 왔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메가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다. 철도·에너지·정보통신·우주항공·전력 등의 분야다. 그럼에도 이를 실현할 실제 협력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양국이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하면서 경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이 필요하다.



◆사회·문화=양국의 문화 교류는 이념적 굴레에 갇혔던 수교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 문화 수용은 고전문학·무용·연극 등의 분야에 한정돼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은 ‘좋은 기술을 가진 아시아의 잘사는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양국 문화를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 늘며 문화 소통의 가능성도 커졌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서구문화와 구별되는 러시아만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문화 교류의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김한별·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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