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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금’ 방송에 12세 소녀가수 나와 섹시춤

중앙일보 2010.09.30 01:36 종합 18면 지면보기
연예인 지망생인 김영은(14·가명)양은 요즘 가수 현아의 ‘골반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다음 주 한 연예기획사의 ‘가수 연습생 선발’ 2차 오디션에서 선보이기 위해서다. 지난주 1차 오디션에 참가한 김양은 “지원자 셋 중 한 명이 초등학생이었다. 어린 애들이 섹시 댄스를 소화하는 걸 보니까 조바심이 났다”고 말했다. 14세인 자신의 나이가 적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슈추적] 국회가 초·중생 걸그룹 소속사 부른 까닭은

최근 가요계를 주도하는 소녀 그룹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선정성이 심해지면서 이 문제가 국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다음 달 4일 국정감사에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 3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다.



f(x)의 설리 1994년생 16세, GP Basic의 제이니 1998년생 12세, 카라의 강지영 1994년생 16세(왼쪽부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기획사 측에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다. 여성그룹 f(x)의 설리, 카라의 강지영(94년생), GP Basic의 제이니(98년생)가 각각 소속된 SM 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 DSP 미디어 이호연 대표, GP Basic의 박기호 대표가 대상이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어린 소녀들이 핫팬츠 등 노출 의상을 입고 성적 느낌을 풍기는 가사와 안무를 익히는 현실에 대해 기획사의 법적·도덕적 문제점을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연예인 계약이 특수 고용 관계로 분류돼 미성년 연예인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세 이상 관람 프로그램에서 춤추는 초등생=지난달 데뷔한 6인조 소녀그룹 GP Basic은 평균 나이가 14세다. GP Basic 멤버인 초·중 소녀들은 ‘너와나 하나된 Big game oh 너의 눈빛에 missing’ 등의 내용으로 된 노래를 부른다. 방송 가요계를 지배하는 ‘섹시 컨셉트’에 따라 14세 안팎의 소녀들도 선정적인 의상과 춤, 노랫말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KBS·MBC·SBS의 가요 프로그램에 대해 ‘선정성 주의’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 3사는 지난 7월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 등급을 ‘12세 이상 관람가’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높였다. 이 프로그램을 녹화 현장에서 방청하는 사람도 1996년 출생자(만 14세)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무대에 서는 출연진의 나이에 대한 규제는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 프로그램에 12~14세 소녀들이 출연해 선정적인 춤과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김기환 소장은 “방송 심의 규정이 시청자 중심으로 돼 있어 출연하는 청소년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열된 연예인 되기 경쟁도 원인=예술중학교에 다니는 박희정(14·가명)양은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요즘 연예인학원에서 춤을 익히고 있다. 박양은 “TV에 섹시 댄스가 많이 나오니까, 오디션에서도 그렇게 춰야 실력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소녀들의 춤과 노래 연습을 따라다니며 지원하기도 한다.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해 연예기획사 측은 “소녀들에게 섹시한 춤과 노래를 강요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GP Basic 박상현 대표는 “가요계의 선정성 문제를 인정하지만 소녀들이라고 동요만 부르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DSP의 윤흥관 이사는 “멤버들의 나이가 문제될 줄은 몰랐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기획사에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성년자들이 연예계 진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 사안은 대중문화계의 자체 정화 능력에 맡겼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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