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정책 맞춰 사정하는 시대 지났다”

중앙일보 2010.09.30 00:45 종합 24면 지면보기
이귀남(59·사진) 법무부 장관이 30일로 취임한 지 1년을 맞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촉발된 검찰의 위기 속에서 법무행정의 키를 잡았던 이 장관은 ‘법질서 확립’ 기조를 무난하게 정착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8일 법무부 사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와 ‘따뜻한 법무행정’을 앞으로의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년 이귀남 법무부 장관

-지난 1년을 정리한다면.



“취임하자마자 철도 파업이 있었는데, 정부가 강하게 대처하면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취임 이후에 폭력 시위가 단 두 건밖에 없었다. 법질서가 정착되고 있는 데 보람을 느낀다.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선진 법치국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공정(公正)한 사회’가 화두다.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司正)’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있다.



“공정한 사회와 사정은 별개다. 공정한 사회의 핵심은 기회의 균등이다. 대통령께서도 공정한 사회는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야 하는 개념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정은 순간적으로 반짝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지속이 불가능한 수단이다. 자발적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 사정에 의해 (국가 정책에) 강제 동원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화그룹 사건도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나 사정으로 연결시켜선 안 된다.”



-법무부와 검찰 업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엔 형벌권 행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담겨 있다. 법 집행 과정이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비쳐질 필요가 있다. 현재 선거사범의 경우 불법 선거자금 액수 등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하나씩 대입하면 공식처럼 자동으로 구형할 형량이 나오도록 돼 있다. 이걸 다른 범죄에도 확대해 보겠다. 우선 부패·강력범죄에 대해 구속과 구형 기준을 촘촘히 함으로써 재량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무행정에 있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나.



“예전엔 주임 검사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만 해도 굉장한 정보력이었다. 올 7월부터는 형사사법 포털을 통해 언제, 누가 조사를 받았는지 사건 당사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법원이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법관 재량으로 법률이 정한 최저 형량의 절반까지 줄여주는 작량감경(酌量減輕)을 몇 가지 경우로만 제한하도록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장 기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 도입과 모든 범죄에 대한 양형(형량 결정) 기준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 부정부패를 엄단하겠다고 했는데.



“고위 공직자·토착·교육 비리 등 이른바 ‘3대 비리’에 계속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토착 비리가 중요하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방자치단체장은 검찰 말고는 무서운 데가 없다. 취임 후 지자체장이 14명 구속됐는데 이 중 1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엄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 아동 성폭행을 비롯한 흉악 범죄에 대한 대책은.



“신상 공개와 공소시효 연장, 법정 형량 상향 등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재범 방지가 최선이다. 대부분의 흉악 범죄가 재범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출소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지원을 해가되 재범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가석방을 불허하는 등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 흉악 범죄자가 사회로 나가는 것은 흉기가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보호감호제 재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중 처벌이란 지적이 있다.



“징역형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고 보호감호는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가두어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도 허용하고 보호관찰관과 1대 1 연결을 통해 사회 복귀를 위한 과정을 밟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보호감호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베트남 신부 피살사건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



“실정을 잘 모르고 결혼하는 경우가 문제다. 한국 남성과의 이혼율이 높거나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수요가 높은 국가의 국민과 결혼하려면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신상 정보를 상대방에 공개하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거나 이혼을 반복하고 성폭행 경력 등이 있는 남성들의 배우자가 될 사람들에게는 결혼 비자 발급을 제한할 것이다.”



-28일 ‘스폰서 특검’이 종결됐는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이어진 경우다. 앞으로 검찰 관련 진정 사건은 해당 지검이 아닌 대검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골프는 자기 돈으로 치고, 회식은 삼겹살집에서 하면 ‘스폰서’ 문제는 안 생길 것이다.”



박재현 사건사회 데스크, 구희령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이귀남 장관은=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22회(1980년)에 합격했다. 대검 중수부장·공안부장에 이어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