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을 건 핏줄뿐 … 68세 김정일 ‘사후 격하’ 걱정

중앙일보 2010.09.29 01:54 종합 2면 지면보기
북한이 마침내 3대 세습을 공식화했다. 절대 권력자인 국방위원장 김정일(68)이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26)을 ‘조선인민군 대장’에 임명해 후계 수업의 첫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김정일은 44년 만에 소집한 노동당 대표자회 개막 전날인 27일 새벽 6명의 대장 인사를 발령 내면서 김정은을 두 번째 순위에 올렸다. 1순위는 자신의 여동생 김경희(64)다. 김경희와 김정은 모두 군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고 파악된 인물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두고 “일인 통치국가의 병정놀음을 보는 듯하다”고 혹평했다.


[뉴스분석] 세계 유례없는 ‘3대 세습’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일이 3대 세습을 택한 것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으로 권력을 넘겨받은 김정일은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 경제 주체화를 내걸었지만 지난해 11월 말 화폐개혁 실패에서 보듯 경제난은 심화됐다. 3월의 천안함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는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까지 악화한 그에게 믿을 건 핏줄뿐이었다. 2001년 일본에 밀입국하다 붙잡힌 장남 김정남은 후계자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호르몬 질환을 앓는 차남 김정철도 후보군에서 낙마하자 김정일은 결국 어린 막내 김정은을 선택했다. 부자 세습이 아니면 체제 유지가 어렵고 사후 격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74년 2월 후계자 내정 후 20년 만에 권력을 잡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후계수업은 2년에 불과하다. 승계 과정을 압축한다 해도 불안한 구석이 많다. 매제인 장성택을 지난 6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킨 지 석 달 만에 여동생을 대장으로 만들어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삼은 것은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봐야 한다.



후계자 김정은의 대장 임명은 선군정치의 지속을 예고한다. 한편으로는 당 대표자회를 통해 노동당 조직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력재편과 세대교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관료와 검증된 지방관리, 신진 엘리트를 충원해 김정은의 권력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후계 공식화의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언제 어떻게 권력을 승계할지도 큰 관심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조직지도부장이나 군사부장 같은 요직을 맡으면 당과 군부에 든든한 둥지를 틀게 된다. 연초부터 ‘대축전장으로 만들자’고 분위기를 띄웠던 다음 달 10일의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계기로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년이 되는 2012년을 권력 승계의 시점으로 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미래 지도자 김정은이 비전을 제시할 적기인 셈이다. 김정은의 대장 임명은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의 출범일 수도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김정일 후계 지명 이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이었다”고 한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향후 북한의 후계 국면이 대외·대남정책에 어떻게 투영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종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