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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서 어떤 일 일어날지 판단 일러”

중앙일보 2010.09.29 01:46 종합 6면 지면보기
김정일(왼쪽) 당시 노동당 조직 및 선전선동 담당비서가 1980년 제6차 조선노동당대회를 앞두고 준비 상황을 김일성 주석에게 보고하고 있다. [출처=북한 서적 『우리의 지도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한 대장 칭호 부여와 관련, 미국·일본 등 해외 각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 조치가 권력 승계의 신호탄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면밀히 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3대 세습 …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 시동] 세계 각국·외신 반응

◆미국, “예상보다 빠르게 승계 진행”=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우리는 그곳(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의 의미를 평가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파트너와 접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솔직히 북한의 지도부 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또는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토로했다.



반면 AP통신은 “젊은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를 승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명확하게 북한의 후계 구축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이 통신은 또 대장 칭호를 부여하는 ‘명령’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이름이 김정은에 앞서 언급된 사실에 주목하면서 “김정일이 권력 승계를 위한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사망할 경우 김경희가 승계 과정을 감독하는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도 “김경희와 남편 장성택이 김정일이 죽거나 병으로 물러날 경우 어리고 경험 없는 김정은을 위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된 가장 공격적인 예측을 넘어선 것”이라고 규정했다. 신문은 이어 군 대장 지위가 부여된 것은 승계 속도가 외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를 “왕조 계승의 첫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UPI통신은 북한 노동당이 김정은을 김 위원장의 “유일한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평했다.



◆중국, 중립적 태도 견지=미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와 언론을 막론하고 김정은 대장 임명에 대한 일체의 분석과 평가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전후해 일련의 인사 이동 발표를 했다”며 “그것(김정은 대장 임명)은 북한의 내부 사무”라고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한편 중국 관영언론들은 김정은에 대한 대장 칭호 부여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해 큰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28일 오전 긴급 기사로 북한이 당 고위층을 뽑기 위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열고 있다고 타전했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도 주요 뉴스로 반복 보도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의 코멘트를 인용해 “누가 김 위원장의 후계가 되느냐와 관계 없이 북한의 안정이 중국의 국가 이익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봉황(鳳凰)위성TV의 평론가인 두핑(杜平)은 “안정적으로 북한 권력이 승계되는 것이 북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특별한 논평이나 분석을 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중국이 그동안 고수해온 내정 불간섭이란 외교 원칙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3대 세습 공식화”=일본 언론들은 이번 대장 칭호 부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를 3대 세습정치의 구체화로 분석했다. 지지(時事)통신은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이름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임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김정은에게 높은 계급이 주어짐에 따라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에 이은 3대 세습이 사실상 공식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4년 만에 열리는 제3차 당대표자회는 ‘김씨 왕조’를 이어가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김정은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요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빨리 세습을 공식화한 가장 큰 이유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지만 후계 작업이 급작스럽게 진행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불안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베이징·도쿄=김정욱·장세정·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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