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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대외전략’ 중국 내서도 논란

중앙일보 2010.09.28 01:23 종합 2면 지면보기
중국이 최근 영토분쟁으로 일본을 매섭게 몰아치면서 “중국이 스스로 공언한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감추고 힘을 기름) 전략을 버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도광양회 전략을 100년 이상 유지하자”고 선언한 지 30여 년도 안 돼 중국이 스스로 천명한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중론자는 “도광양회” 현실론자는 “돌돌핍인”

이 같은 중국의 전략 변화는 무엇보다 1978년 이후 연평균 10% 안팎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덩이 예상했던 것보다 중국의 국력이 빠르게 신장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이제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의 입지를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면 후진타오(胡錦濤)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커진 힘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도광양회 전략을 폐기한 것인가. 이에 대해선 중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같은 현실론자들은 “도광양회는 중국 내부의 고립주의자들이 하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평화로운 부상(굴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외교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반면 우젠민(吳建民)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회 위원(전 외교학원 원장) 등 신중론자들은 여전히 도광양회의 효용성을 긍정하고 지지한다. 그는 “평화·발전·협력의 기치를 높이 들고 도광양회 전략을 계속 추진해야 중국에도 이롭고 세계에도 이롭다”고 강조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도광양회 전략을 재차 강조,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개혁과 개방,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추구하겠다”며 “중국이 그 길에서 벗어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발전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며 누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강대국이 된 뒤에 패권(헤게모니)을 추구했던 과거 강대국들의 전철을 중국은 따르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상반된 의견을 놓고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김흥규 교수는 “중국의 발전론자들은 도광양회 전략을 여전히 지지하지만 (강대국화를 주장하는) 전통주의 세력들은 돌돌핍인(咄咄逼人: 기세등등하게 힘으로 몰아침)의 대외전략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전문가들은 중국이 ‘힘의 외교’를 구사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겠지만 공식적으로 도광양회 전략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외교관은 “중국은 여전히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오히려 도광양회 전략을 섣불리 폐기할 경우 중국위협론의 부메랑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영토와 주권 문제에서는 과거와 달리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주권과 영토와 관련된 핵심 이익의 상한선(red line)을 미리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돌돌핍인’ 카드를 언제든지 꺼내들 것이란 얘기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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