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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세계 4강 질서 재편 -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앙일보 2010.09.28 01:21 종합 2면 지면보기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역학 관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치 아래 몸을 낮춰 온 중국이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계기 삼아 ‘힘의 외교’로 방향을 틀면서다. 이로 인해 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의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 환율 절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는 무역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중·일 외교 분쟁이 격화하자 미·일 동맹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를 계기로 높아졌던 국제공조의 목소리도 약해지는 형국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경제든 영토든 … 중국, 핵심 이익엔 ‘레드 라인’ 긋고 안 물러선다

미국과는 … 무역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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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중대한 국익이 걸린 사안에서 주저 없이 힘을 과시함에 따라 미국과의 갈등도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6일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앞으로 5년간 최대 105.4%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닭고기 제품을 부당하게 싼 가격으로 자국 시장에 풀어 중국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27일부터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닭고기 제품엔 50.3~105.4%의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산 닭고기 제품 수입량이 1년 전보다 6.5% 늘어 중국의 관련산업이 10억9000만 위안(1억6200만 달러)의 피해를 보았다”며 이는 2008년 전체 손실액에 육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과 만나 중국과 이웃국가의 영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직후다. 이날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환율 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보복 관세를 물릴 수 있는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주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의 민간 신용평가회사 다궁(大公)이 신청한 채권평가기관 승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자 다궁은 2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년간 25~35%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내리자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이후 1년 넘게 조사를 진행해온 중국 정부는 이날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미·중 무역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미국은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를 의제로 정식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WP)는 27일자 사설을 통해 “중국의 최근 행동은 세계로 하여금 과거의 권위주의 국가 를 떠올리게 한다”며 “기존의 정치적·군사적 수단 외에 경제적 힘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미국과의 유대에서 지혜를 찾으려는 일본·한국 등 동맹국 편에 확고히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워싱턴=정경민·김정욱 특파원






일본과는 … ‘센카쿠’ 갈등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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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억류했던 중국 선장을 석방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중·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선장 석방 이후 중국 정부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부근 순찰을 강화하기로 한데다 일본은 중국 어선과 충돌해 손상된 순시선의 배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일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초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과 충돌한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대해 “원상회복을 (중국 측에)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연히 외교루트를 통해 손해배상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제 공은 중국 측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24일부터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에서 항해 중인 중국의 어업감시선 2척의 활동 중단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했다.



센고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간 나오토(菅直人) 일 총리가 어선 나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사과와 배상 요구를 일축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때문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를 견제하고, 중국에 너무 저자세라는 국내 비판 여론을 감안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간 총리는 아울러 다음 달 4일부터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의에 불참하려는 계획을 바꿔 참석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에 대해 “일·중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회의에서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역시 강경 자세를 완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군사시설 염탐 등 혐의로 구속된 4명의 일본인 문제와 관련,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의 회담 신청을 거부했다. 일본 수출입품의 통관도 강화했다. 일 언론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25일 세관이 일본으로 향하는 상업용 항공화물에 대해 모두 포장을 풀어헤치는 직접 검사를 실시했다. 통상은 항공화물의 10~20%가 직접검사 대상이었다. 상하이에서도 일본에서 수입한 항공화물을 전량 직접 검사하고 검역 검사비율을 평소 10%에서 50%로 늘려 통관이 지연됐다.



중국은 또 센카쿠열도 인근 해역 내 어로 작업 보호를 명목으로 이 지역에서의 순찰을 상시화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자는 어업전문지 ‘중국어업보(漁業報)’에 “중국 어민의 생명·재산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어업감시선이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순찰활동을 상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쿄·베이징=박소영·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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