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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밥 푸는 소리

중앙일보 2010.09.28 00:26 경제 19면 지면보기
감투밥·고두밥·까치밥·눌은밥·되지기·밑밥·백옥밥·설밥·소밥·언덕밥·연밥·헛제삿밥·햇밥…. 추석 때 내가 먹지 않은 밥은 무얼까? 까치밥·밑밥·설밥·연밥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 단어는 곡식을 익힌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까치밥은 날짐승의 먹이로 안 따고 남겨 두는 감, 밑밥은 고기·새가 모이게끔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 설밥은 설날에 오는 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연밥은 연꽃의 열매를 뜻한다.



밥을 가리키는 말은 다양하다.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으면 감투밥·고봉밥이라고 한다. 되게 지어지면 고두밥·된밥, 질게 지어지면 진밥·죽밥, 한쪽은 질고 한쪽은 되면 언덕밥, 충분히 안 익으면 선밥이 된다.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은 누룽지, 그 누룽지에 물을 부어 불려 긁은 건 눌은밥, 찬밥을 더운밥 위에 얹어 지은 밥은 되지기라고 부른다. 멥쌀로 지으면 쌀밥·백옥밥, 그해에 새로 난 쌀로 지으면 햅쌀밥·햇밥, 고기반찬이 없는 밥은 소밥, 제사 후 남은 음식에 깨소금·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건 헛제삿밥이라고 한다.



이들 밥은 푸는 게 맞을까, 퍼는 게 맞을까? ‘퍼다’란 말은 없다. ‘푸는’이 바른 표기다. “밥을 퍼라”의 경우 ‘푸다’가 어미 ‘-어라’와 만나 ‘퍼라’가 된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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