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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신용정보 공유해야 서민금융이 산다

중앙일보 2010.09.28 00:24 경제 4면 지면보기
요즘 서민을 위한 여러 금융정책과 금융상품이 나오고 있다. 중산층이 엷어지고 있는 데다 경기회복세와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가운 우리 경제의 현실에서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과 금융지원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도덕적 해이 등과 같은 문제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금융회사의 부실로 연결된 사례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초래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 금융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부시 행정부의 ‘American Dream’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과 관련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존 대출과 비교해 금리체계가 왜곡됐다든지, ‘차입’이 아닌 ‘지원’으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건이 좋은 지원을 받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사례도 많은데 그 배후에 대부업자가 있다고도 한다.



보완책이 여럿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정보 공유체계의 정비라고 할 수 있다. 가계대출, 특히 소액대출의 경우 건건이 세밀한 심사를 하기 어려워 주로 해당 고객에 대해 금융회사가 자체 보유한 신용정보와 크레디트뷰로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종합해 대출금리 및 조건 등을 정하기 때문이다. 신용정보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잘 공유되고 있는 경우 한 금융회사로부터의 차입금을 연체하면 이 사실이 전체 금융회사들에 알려지기 때문에 차입자 스스로 연체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혹자는 햇살론이나 미소금융의 지원을 받는 사람들은 이미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연체 예방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연체와 같은 부정적인 정보뿐 아니라 제때 원리금을 잘 갚았다는 긍정적인 정보까지 공유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신용이력(credit history)을 지닌 차입자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알려거든 그의 과거를 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차입자 입장에서는 좋은 신용이력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용이력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금융회사와 차입자 간에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긍정적 정보의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회사는 좋은 신용이력의 차입자에 대해 낮은 금리로 보상해줄 유인을 못 느낀다. 차입자가 이에 불복해 다른 금융회사를 찾아가더라도 해당 차입자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낮은 금리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특히 제도권 금융회사들과 신용정보를 전혀 공유하지 않는 대부업체의 이용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민금융지원은 말 그대로 금융지원이므로 만기가 되면 상환돼야 한다.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는 원리금을 모두 상환하고 나면 지원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이 과정에서 좋은 신용이력이라는 추상적인 ‘자본’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신용이력 자본’이 자본으로서 기능해 금리를 낮춰주고 차입 조건을 좋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신용이력 정보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원활하게 공유돼야 한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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