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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기업이 ‘스마트한 소비자’ 보다 더 스마트해야

중앙일보 2010.09.28 00:24 경제 4면 지면보기
최근 들어 신문이나 TV, 심지어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스마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스마트란 단어의 쓰임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이제는 스마트텔레비전·스마트홈·스마트북·스마트교통·스마트리버 얘기까지 나온다. 각종 제품은 물론 정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스마트란 수식어가 넘쳐난다.



스마트란 단어는 스마트폰처럼 IT 분야에서 발전된 새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지칭할 때 쓰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스마트폰은 통화 기능 외에 업무와 오락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가 소비 트렌드 변화를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쓰이는 등 그 의미가 진화 중이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서 스마트란 말은 단순히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뿐 아니라 기술 발전의 기저에 숨은 소비자 욕구의 변화를 뜻한다. 스마트란 이름을 붙인 제품이 넘쳐나는 것도 결국 소비자들의 달라진 욕구를 해소해줄 만한 제품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유통시장에서도 스마트 개념과 함께 소비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가격과 품질에 의해 좌우되던 소비가 이제는 소비자 개개인의 독창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이를 ‘스마트한 소비의 등장’이라 부른다.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저서 『마켓 3.0』에서 “제품만 잘 만들면 됐던 시대는 끝났다. 효율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경영원리도 쓸모를 잃었다”며 “기업 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가격과 품질이 제품의 품격을 좌우하던 시대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소비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과거엔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소비의 양극화가 이뤄졌다. 이는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여부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만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게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명품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에서 스스로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가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명품의 대중화를 추구하다 등장한 개념이 바로 ‘매스티지’다. 반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10~4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다이소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다양한 제품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닌 나만의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등을 꼽은 이가 많았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실속과 개성을 쫓는 이가 많아진 것이다. 이를테면 추구하는 가치의 분화가 이뤄진 셈이다. 기성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소비 자체가 더 이상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명품 브랜드를 통해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향과 자기만의 스타일로 스스로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향이 공존하는 시대가 됐다. 즉 기성품처럼 주어진 제품 자체로의 가치를 소비하기보다는 소비자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통기업도 이제 더 이상 ‘물건을 많이 파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지금은 ‘마켓 3.0시대’다.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좀 더 스마트해져야 하는 이유다.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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