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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컴퓨터만 주면 성적 오르나

중앙일보 2010.09.28 00:18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부와 지자체, 교육당국이 저소득가정 어린이들의 정보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오히려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들은 주어진 물리적 여건을 비슷하게 해주면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가정 아래 추진돼 왔다. 그런데 주어진 물리적 여건 개선은 필요조건일 뿐 문제를 극복하도록 유도하는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지원대상 학생들은 상당수가 물리적 여건만 열악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포부, 성취동기, 자아개념 등에서도 다른 학생들보다 낮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지원을 할 때는 여건 개선이라는 필요조건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를 이루기 위한 동기 부여라는 충분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물리적 여건 개선이라는 필요조건만 충족시킬 경우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꿈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강한 동기를 갖도록 이끄는 교육적 대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 교사가 소외된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대책을 지원책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과부가 추진해온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은 교사들의 업무부담만 가중시킬 뿐 교사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어 오히려 유능한 교사들이 지역학교를 떠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는 물리적 여건 개선과 함께 그 여건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꿈과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운영해야 한다. 일례로 광주교육대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물리적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과 함께 꿈과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자치단체는 각각의 정책이 교육적 대책이 되도록 필요한 예산과 프로그램, 그리고 인력 배치를 함께 배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헤드 스타트 운동(Head Start Movement)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사립유치원에 비해 이 프로그램에서 지급하는 유치원 교사 급여가 훨씬 낮아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가난한 아이들만 모아놓아 저층문화만 상호학습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중간 평가를 통해 지원에 힘입어 강한 성취동기를 갖게 되고, 학교 성적도 향상된 경우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 아이들은 유사한 환경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어떠한 특성을 보이는지, 또한 어떠한 개인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분석해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마련해 주고, 그러한 특성을 보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에 대한 경제적 접근과 지원적 접근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말고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정책들이 함께 펴야 할 교육적 대책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를 사회와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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