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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들어 주는 자연발효빵

중앙일보 2010.09.28 00:18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종영에도 불구하고 빵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빵을 찾는 사람, 나아가 집에서 빵을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극중에서 탁구가 이스트 대신 막걸리를 넣어 만든 ‘자연발효빵’이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 받고 있다.

맛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빵빵하게 먹어도 또 손이가요



다량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자연발효빵



여러 빵집이 자연발효빵 전문점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대로 된 빵을 만나는 것은 쉽지않다. 자연발효빵은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다. 과일이나 밀가루 등을 이용해 만드는 천연 효모의 일종으로, 효모의 숙성 환경과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다량으로 판매하는 빵집의 경우 같은 빵맛을 유지하기 위해 소량이라도 이스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자연발효빵을 살 수 있는 곳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늦은 오후면 전문점에서도 빵을 사기 어렵다. 전문점인 ‘베이커스 딜라이트 허’(대표 홍정표)도 주말이면 오후 2시 이후엔 빵이 없다. 홍 대표는 “자연발효 속도에 따라 빵 나오는 시간이 달라 많은 양을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유기농 밀가루와 국내산 통밀가루, 건포도 등으로 발효종을 만들어 쓴다. 자연발효빵을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다. 소화가 잘되는 데다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 때문이다.

 

발효종에 따라 달라지는 빵 맛



주부 김원자(37·마포구 서교동)씨는 지난해 겨울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먹어본 자연발효 빵인 깜빠뉴(프랑스식 시골빵)의 담백한 맛에 반했다. 이후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도 기다렸다가 빵을 한아름씩 샀다. 그러나 아들 민서(7)·딸 서이(4)와 나눠 먹으며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빈손이 되곤 했다. 김씨는 아예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장 큰 난관은 발효종 만들기였다. 김씨는 온도와 습도, 숙성시간을 달리하며 발효종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일기처럼 블로그(아톰&마담파리)에 올렸다. 한 번은 건포도로, 다음에는 박력분 밀가루로, 그 다음에는 우리밀로 만들었다. 어떤 재료의 발효종이냐에 따라 빵은 맛도 생김새도 다르다. 같은 발효종이더라도 숙성 시간에 따라 생김새와 맛에 차이가 난다. 발효종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 환경에 따라 숙성 시간도 다르다. 계절도 영향을 미친다. 겨울에는 발효에 48시간, 여름에는 24시간이 걸렸다. 잘 만들어진 발효종은 잡아당기면 그물망처럼 늘어나고 살짝 시큼한 냄새가 난다. 김씨는 “자연발효빵이라고 하면 대개 어렵게 생각하는데 몇 번만 해보면 발효종을 만드는데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재료에 따라 다양한 빵으로 변신



완성된 발효종은 냉장고 안에 넣어뒀다 빵을 만들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 떼내 사용하면 된다. 여느 빵처럼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다. 호밀과 해바라기씨 등 잡곡과 견과류를 가득 넣은 깜빠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추석에 먹고 남은 대추와 곶감 등을 넣으면 영양이 풍부하고 씹는 재미가 있는 잡곡빵이 된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넣고 만들면 담백하면서도 표면이 바삭한 단팥빵을, 밀가루 도우 대신 발효종을 넓게 펴 도우로 사용하면 얇고 바삭한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자연발효빵은 실온에서 1주일 정도 보관 할 수 있다. 단,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면으로 된 천으로 감싸둬야 한다. 갓 만든 빵 맛을 오래도록 맛보고 싶다면 먹기 좋게 자른 뒤 냉동실에 보관한다. 먹기 전에 실온에서 해동한 후 오븐에서 살짝 구워준다.



[사진설명] 박민서(7왼쪽)·서이(4) 남매가 엄마가 만든 자연발효빵을 들고 있다. 남매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빵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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