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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중심 사회적기업 ‘꽃밭사업단’

중앙일보 2010.09.28 00:10 2면 지면보기
꽃밭사업단 직원으로 일하는 오은선(왼쪽부터)·김나라·박은자·정다혜씨가 미니화분을 포장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시 신부동 동서고가교 아래 철길 옆 유리온실. 꽃병에 담을 꽃말을 정리하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 쪽에선 익숙한 손놀림으로 미니화분을 포장하고 있다. 긴 명절 휴가를 보낸 뒤 다시 돌아온 일터. 후유증에 시달릴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직장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순수함이 담긴 꽃 한 송이 … 한 주가 즐겁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황필현(38·남)씨는 다른 곳에서 10여 년간 일해 왔지만 동료끼리 마음을 나누는 직장은 이곳이 처음이다. 제약회사, 마늘공장, 녹용관련 제조업체 등지에서 단순작업으로 돈을 벌었지만 행복을 느낄 순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면서 직장생활이 즐겁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황씨는 직장 동료가 가족보다 소중할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김나라씨 노트에 적힌 한자와 영어회화 문장.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장애인이다. 지적장애 3급인 황씨와 정다혜(25·여)씨를 비롯해 지적장애 2급인 오은선(23·여)·김나라(29·여)·금태일(32·남)·엄순천(48·남)씨, 그리고 지체1급 박은자(53·여·유리온실 관리교사)씨가 근무하고 있다. 비장애인으로는 김성옥, 서지연 등 두 명의 전문 플로리스트가 이들을 돕고 있다.



온실 안에는 긴 탁자가 서너 개 놓여 있다. 작업 받침대로 쓰이지만 직원들이 공부하는 책상으로도 사용된다. 책상 위에는 꽃 이름이 빼곡히 담긴 공책이 많다. 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적어 놓은 것들이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수백 가지에 이르는 꽃 이름을 외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시네라리아나 알스토로메리아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외국 종의 꽃 이름의 경우 더욱 어렵다. 김나라씨는 며칠 전부터 영어회화와 한자 공부도 함께 시작했다. 궁금한 건 사무실 직원이나 플로리스트에게 물어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공책에는 간단한 영어 인사말을 비롯해 날씨, 건강과 관련된 문장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한 책상 한 송이 꽃 놓기(One Table One Flower)
꽃밭사업단은 2008년 12월 사회적 일자리창출기업으로 출발해 장애인 직원과 함께 꽃과 관련된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09년 7월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 중심의 사회적 기업으로는 충남에서 유일하다. 꽃밭사업단은 전국꽃배달서비스(꽃바구니, 꽃다발, 화분, 축하화환, 근조화환 등 제작·배달),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꽃·식물 재배(330여㎡ 비닐하우스를 이용, 재배가 용이한 품목 선정을 통한 재료비 절약), 실내정원 꾸미기, 대량납품(공공기관·장애인단체·웨딩홀 등에 정기적인 상품 납품)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꽃밭사업단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은 매주 한 번 고객들에게 꽃 한 송이를 꽃병에 꽂아 배달하는 ‘한 책상 한 송이 꽃 놓기(One Table One Flower)’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사업이다. 1주일에 한 번 고객이 원하는 장소를 찾아 한 송이 꽃과 꽃말이 담긴 꽃병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140명이 이용할 만큼 인기가 좋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같은 꽃이 배달된 적이 없다. 다양한 꽃으로 신선함을 주는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꽃밭사업단이 배달한 꽃만 거베라·소국·스토크·목련·수선화 등 40여 종 1만7600여 송이에 이른다. 매주 다른 꽃말에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안시 신부동 AIA생명보험 회사를 다니는 이승희(여)씨는 매주 꽃말에 담긴 글귀를 보며 한 주를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다. 이씨는 “아무 생각 없이 꽃 배달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꽃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새삼 놀랐다”며 “비록 한 송이 꽃이지만 꽃말에 담겨진 글은 한 주를 살아가는 나에게 큰 위로와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주중에 휴일이 있거나 휴가 기간에는 꽃 대신 미니화분이 배달된다. 꽃은 1주일 정도 버티지만 잠시라도 소홀히 하면 금방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9월의 마지막 주 꽃은 미니화분으로 대체됐다. 이번 주 미니화분은 산호수다.



◆미니화분에 담긴 산호수의 꽃말=“재능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의 차이는 절대적입니다. 재능은 하나의 기술과 같아서 누구든 집중하고 노력하면 개발됩니다. 하지만 인내는 배워서 얻기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옵니다. 삶의 목적이 분명하고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싹트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끝까지 믿고 인내하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성공한 이들의 뒷면에는 하나 같이 인내가 있습니다.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다음 갈 길을 알기 때문입니다. 재능보다 인내가 중요합니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단어는 ‘인내’입니다. 지금 고전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끝까지 가 보십시오. 다음 길이 보일 것입니다. 추석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산호수와 함께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기를 기도합니다.”



글=강태우 기자 ktw76@joongang.co.kr

사진=조영회 기자



꽃밭사업단 연혁



2008. 12 한국정보사회진흥원 관엽식물 납품

2009. 03 전남 직업능력개발센터 종려나무 납품

2009. 05 산업안전보건교육원 아래향 납품

2009. 05 한국정보사회진흥원 회양목 식재

2009. 06 독립기념관 메리골드, 국화 납품

2009. 07 서울장애인판매시설 관엽식물 납품

2009. 09 도로공사 이천지사 국화, 포인세티아 납품

2009. 09 독립기념관 국화대량납품

    삼성전자 대구물류센터 광나무 납품

    도로공사 양산·담양지점 등 꽃양배추 납품

2009. 12 인천 항만공사-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2010. 01 전국꽃배달서비스 체인망 전국1위

2010. 04 정보화진흥원 화분관리

2010. 04 독립기념관 초화류 대량납품

2010. 05 양로원방문 ‘어버이날 코르사주 달아드리기’

2010. 06 독립기념관 금계국 대량납품

2010. 06 도로공사 영남지사 대량납품

2010. 06 장묘문화사업단 대량납품



사업현황



주요사업



- 전국꽃배달 서비스

-‘한 책상 한 송이 꽃 놓기’

- 실내·외 조경

- 대량납품 등



생 산 품



- 꽃바구니, 꽃다발

- 축하, 근조화환

- 관엽식물

- 테이블장식, 화분관리 등



기타



‘한 책상 한 송이 꽃 놓기’ 서비스



- 국내 최초로 시도한 사업

- 일주일에 한번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전국꽃배달 서비스



- 3시간 이내에 배송

- 체인망 가맹점 순위 1위

- 배송 후 문자메세지, 이메일, 팩스 등 피드백관리

- 취급품목 : 꽃다발, 꽃바구니, 화환(축하,근조) 관엽식물 동양란, 서양란 등



한국도로공사, 독립기념관 등 초화류 대량납품

빌딩 정문, 후문 화단 가지치기, 식재 등 화단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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