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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청소년 비뚫지 않게 음악으로 분노 치유

중앙일보 2010.09.28 00:08 종합 31면 지면보기
음악을 활용해 빈곤층 청소년 교화사업을 펼쳐온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사진) 박사가 제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위원회(이사장 이철승)는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브레우 박사는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을 폭력과 범죄에서 구하고 오케스트라의 화합·협동의 가치를 사회 구성원에게 전파해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헌신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27일이며 상장·상패와 상금 20만 달러(약 2억3000만원)가 수여된다.


제10회 서울평화상 받는 베네수엘라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1990년 제정된 서울평화상(격년제)은 올해로 제정 20년을 맞았다. 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시작으로, 국경 없는 의사회,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옥스팜(영국 구호단체) 등이 상을 받았다.



아브레우 박사의 이야기는 지난달 한 권의 책(『엘 시스테마-꿈을 연주하다』)과 한 편의 영화(‘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를 통해 소개됐다. 책에선 그가 75년부터 펼쳐온 ‘엘 시스테마(스페인어로 ‘The System’이란 뜻이며, ‘베네수엘라 국립 유소년·청소년 오케스트라 네트워크’를 줄인 말)’사업이 무언가를 잘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소개된다. ‘레나르 아코스타라는 클라리넷 연주자는 아홉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고 열두 살에 마약에, 열세 살에 총에 각각 손을 댔다. 전자제품점을 털다 붙잡혀 소년원에 들어간 그는 열다섯 살 때 소년원을 찾아온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와 만났다. 이를 계기로 클라리넷에 배우게 된 그는 지금은 소년원에서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있다. 아코스타는 “음악이 내 삶을 구원했다. 내 안에 고여 있던 분노를 밖으로 끄집어내도록 도와줬다. 내가 살았던 방식으로 사는 많은 아이에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얘기한다.’



39년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아브레우 박사는 어린 시절 음악가들로부터 작곡과 피아노를 배웠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음악을 차례로 공부한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60년대 초반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75년 ‘엘 시스테마’ 사업에 나섰다. 그는 맨 처음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전과 5범 소년 등 11명의 청소년에게 악기를 사준 뒤 연주를 가르쳤다. ‘엘 시스테마’사업의 시작이었다. 그의 당부는 “총 대신 악기를 들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35년간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청소년 수는 30여만 명에 이른다. 그 중 80%가 빈민층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훌륭한 음악가를 키워내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 명성의 음악가도 배출됐다. 구스타보 두다멜(29)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고 현재는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다.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손 루이스(25)는 17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에 최연소 입단했다. ‘엘 시스테마’사업은 현재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로 전파돼 음악을 통한 청소년 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서울평화상위원회를 통해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줘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인정받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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