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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워킹 스쿨버스’ 등하굣길 어린이 지킴이로

중앙일보 2010.09.28 00:08 종합 25면 지면보기
“학교 다니는 길이 이제 무섭지 않아요.”



대구시 북구 팔달초교 2학년 박근혜(8) 어린이의 말이다. 그는 매일 아침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등교한다. 친구와 줄을 서 걸으면 앞뒤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이 보호해 준다. 하교할 때도 마찬가지다. 박양은 “교통사고 걱정이 없어 엄마·아빠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자.’- 이런 구호를 내건 ‘워킹 스쿨버스’가 등장했다. 워킹 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는 걸어다니는 스쿨버스란 뜻으로 자원봉사자가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을 앞뒤에서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스쿨버스가 어린이를 태우고 내려주듯 방향이 같은 어린이를 정해진 시간·장소에서 데리고 안전하게 등·하교 시킨다.



팔달초교 어린이들이 ‘워킹 스쿨버스’를 인솔하는 자원봉사자를 따라 하교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팔달초교는 1일부터 워킹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 인근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드나드는 화물차량이 많아 어린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 농수산물 저장창고가 늘어서 인적도 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대구시교육청·북구청·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팔달초교를 워킹 스쿨버스 운영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영국·캐나다·호주 등지에서 정착된 워킹 스쿨버스를 도입해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위킹 스쿨버스는 네 코스를 ‘운행’한다. 1코스는 대백인터빌, 2코스는 청구장미아파트, 3코스는 삼우그린아파트, 4코스는 팔달동 방향이다. 학교에서 0.5∼1㎞ 떨어져 있다. 이용 대상은 1∼2학년으로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해당 어린이는 오전 8시 각 아파트단지에 표시된 정류장에 모여 출발한다. 하교 때는 교내 정류장에 모여 코스별로 출발한다. 인원은 코스별로 10∼20명이다. 행렬의 앞과 뒤에는 안전실천시민연합·녹색어머니회 회원이 1명씩 배치된다.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횡단보도 등 위험지역을 자원봉사자가 보호하며 건널 수 있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를 아파트 안까지 데려다 줘 맞벌이 학부모의 반응도 좋다. 자원봉사자인 서금숙(41)씨는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어린이들이 학교 정류장으로 달려온다”고 말했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자가용 이용자를 줄이고 유괴나 성범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킹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어린이가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정동술 교장은 “워킹 스쿨버스 덕에 아이들 걱정을 덜었다고 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며 “학생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밝혔다.



대구안전실천시민연합 신수태(50) 사무처장은 “통학 거리가 멀고 주변 교통환경이 좋지 않은 학교에선 효과가 있는 방식”이라며 “12월까지 시범 실시한 뒤 다른 학교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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