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일 ‘돈 풀어 경기부양’ 경쟁

중앙일보 2010.09.28 00:04 경제 11면 지면보기
하루 2조 엔을 외환시장에 풀며 엔고(高) 저지에 나섰던 일본 정부가 이번엔 대규모 경기부양용 예산 편성에 착수했다.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동시에 엔화가치가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국에서도 체감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추가 통화 완화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위적 환율 조정을 둘러싼 주요국의 갈등이 ‘돈 풀기 경쟁’ ‘부양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경기부양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내각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예산안은 다음 달 소집될 임시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투입될 재정 규모는 4조5000억 엔(약 61조3400억원)가량이다. 이는 올해 일본 예산의 약 5%에 해당한다. 당초 일본 정부는 10일 9180억 엔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을 풀기로 한 것은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개입 직후 엔화 값은 달러당 83엔에서 85엔대로 크게 후퇴했다. 하지만 이후 미 Fed가 추가로 돈을 푸는 완화책을 쓸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내면서 달러화는 다시 약세를 보였고, 엔화가치는 달러당 84엔대로 올랐다.



엔고의 여파에 일본의 수출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은 8월 무역흑자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5% 줄어든 1032억 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5개월 만에 증가세가 멈춘 것이다. 수출 증가율도 올 들어 최저치(15.8%)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추가 부양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25일 프린스턴대 연설에서 “금융시장이 대부분 정상 기능을 회복했지만 고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Fed은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표상으로 경기침체는 지난해 6월 끝났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여전히 미국인의 체감경기는 얼어붙어 있다.



미국 CNN은 21∼23일 오피니언 리서치 코퍼레이션(ORC)과 공동으로 미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는 경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6일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은 이번 경기침체가 심각하다고 말했고 29%는 이번 침체가 ‘온건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만 경기침체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응답한 국민의 비율은 8월 조사 때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의 경기침체 진입과 종료 시점을 선언하는 경제조사단체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2007년 12월 시작됐던 이번 경기침체가 대공황 이후 최장기간인 18개월간 진행되다가 지난해 6월에 끝났다고 지난 20일 선언한 바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조민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