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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대형 대부업체 ‘고금리 부메랑’

중앙일보 2010.09.28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27일 일본의 대부업체 다케후지의 도쿄 본사 입구에 창업주인 다케이 야스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자금난에 빠진 이 업체는 금명간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일본의 대형 상장 대부업체인 다케후지(武孵뵨)가 금명간 도쿄(東京) 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키로 했다고 2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 신청과 비슷하다.


‘초과 이자 반환’ 판결로 자금난 … 법정관리 신청하기로

다케후지는 2006년 1월 고객들에게 법정 상한 금리(연 15~20%)를 넘어 적용했던 이자를 되돌려 주라는 최고재판소(대법원)의 결정 이후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2007년엔 고객에 대한 초과 이자 반환금이 연간 1000억 엔에 달하면서 상장(1998년)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다케후지의 채무는 지난 6월 말 현재 4300억 엔, 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으로 5894억 엔이다. 하지만 앞으로 반환해야 하는 돈이 1조 엔을 넘는다는 관측도 있어 다케후지의 부채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기요카와 아키라(淸川昭) 사장과 창업주 다케이 야스오(武井保雄)의 차남인 다케이 다케테루(武井健晃) 부사장은 사임할 예정이다.



66년 도쿄 변두리의 사채(私債) 사무실로 출발한 다케후지는 한때 계좌 수 300만 개, 대출 잔액 1조7000억 엔을 자랑하던 일본 최대의 대부업체였다. 지금도 도쿄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2000년대 초반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대 후반, 총자본이익률(ROA)이 3~5%에 달해 일본 금융회사 가운데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했다. 이는 일본의 대형은행을 앞서는 실적이었다. 외국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다케후지에 대해 “일본에서 유일하게 씨티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효율을 갖췄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A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선 A- 등급을 받아 미국에서 양키본드로 대출 재원을 조달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건실했다. 상장 초엔 시가총액이 당시 시중은행이던 다이와은행의 두 배가 넘었으며, 연간 당기순이익도 1700억 엔이 넘었다.



창업주 다케이는 회사 주가가 급등한 덕에 99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일본 최고 갑부’가 되기도 했다. 그는 도쿄 신주쿠의 14층짜리 본사 빌딩 건축을 세계적인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에게 맡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1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과도하게 받은 이자를 반환하라고 결정하고 대부업체의 고금리와 대출 액수를 규제하는 개정 대출업법이 발효하자 다케후지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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