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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신한지주 사장대행 뽑는 이사회 취소, 왜

중앙일보 2010.09.28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신한은행의 고소건으로 직무가 정지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대행을 뽑기 위해 28일로 예정된 신한지주 이사회가 무기 연기됐다. 사실상 취소에 가깝지만 신한지주는 27일 ‘무기 연기’라고 발표했다. 이사회가 소집 하루 전에 전격 연기되는 건 이례적이다. 내부 일 처리가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장직대로 또 분란=신한지주 측은 이날 오전 자료를 내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직무대행 선출 문제를 논의했지만 사외이사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연기 배경은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이 사장 직무대행 선출에 강력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재일동포 주주는 “직무대행을 선출하겠다는 것은 직무정지를 당한 신 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못 박겠다는 조치”라며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 모두 대행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주 쪽 설명은 다르다. 익명을 원한 신한지주 관계자는 “직무대행 선임은 단순한 것인데 너무 확대해석 됐다”며 “사장 직무대행의 역할은 잠시 업무를 보고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반대하던 재일동포 사외이사 중 일부는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신 사장의 혐의가 확정된 상태가 아닌데다, 신한지주가 내부가 아닌 외부인물 중에서 사장 직무대행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직무대행 선임이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사퇴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 내부는 혼란=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한 이후 신한지주 내부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라 회장 측이 신 사장을 직무정지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주와 계열사 전체를 일사불란하게 통제하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노조는 계속 반발하고 있다.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권력투쟁이 이번 사태의 배경인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며 “회사 측이 사장 직무대행 선임으로 혼란을 가중시킨다면 노조가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도 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추석 연휴를 맞아 우수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 다소 사실과 다르고 과장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도 이날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고 “우리 스스로 사회적 자본을 손상하는 자해행위를 했다”며 “제가 사법당국에 충분히 소명해 명예를 회복하는 게 실추된 조직의 명예를 되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7일 오전엔 신한은행에서 전산장애가 일어나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영업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일부 시스템 회선에 장애가 나타나 창구 컴퓨터의 접속이 끊겼다. 장애가 일어난 창구에선 예금·대출 업무가 중단됐다. 일부 지점에선 창구 컴퓨터 전체에 문제가 생겨 업무를 중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점과 창구에서 접속 장애가 나타났지만 낮 12시쯤 모두 정상가동됐다”고 말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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