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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외에 민간 아파트 건설 모두 중단, 부처 이전 본격화하면 주택난 우려

중앙선데이 2010.09.18 23:51 184호 24면 지면보기
세종시(충남 연기군 일원)에서 처음으로 아파트가 분양된다. 11월 분양 예정인 ‘첫마을 아파트’의 1단계 1582가구다. 이달 초 찾아간 공사현장은 무척 분주한 모습이었다. 90m 상공에선 삐죽삐죽 솟은 타워크레인이 철근 같은 공사 자재를 날랐고 땅에선 포클레인 등 공사장비의 기계음이 쉼 없이 들려왔다. D블록 공사를 책임진 대보건설 이동우 현장사무소장은 “골조 공사는 연말까지 거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층부에선 이미 내부 마감 공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11월 분양 앞둔 세종시 ‘첫마을 단지’ 건설 현장

분양업무를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시건설사업단의 오승환 팀장은 현장 북쪽에 높이 솟은 건물 사이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단지 전체의 랜드마크로 30층짜리 고층 타워 세 동을 계획했다. 최고층에는 전용면적 140~149㎡(약 42~45평)의 고급 펜트하우스가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해당 구간(A1 블록)의 공사를 맡은 금호산업 현장사무소 고윤석 안전담당 대리와 함께 자재 운반용 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고 대리는 “언론에 랜드마크 타워의 공사 현장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정부청사 총리실 건물 건설현장.
엘리베이터는 18층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이어 계단을 따라 22층까지 걸어 올랐다. 그 위로는 아직 골조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하늘이 바로 보였다.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전망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남쪽에선 금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그 뒤로는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오 팀장은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기가 계룡산 장군봉”이라고 소개했다.

고 대리는 건물 내부에 준비 중인 견본주택(샘플하우스)으로 일행을 데리고 갔다. 전용면적 119㎡(약 36평)에 방은 세 개뿐이어서 거실이 상대적으로 넓어 보였다. 거실 한쪽에 ㄷ자형으로 배치된 주방이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 같은 느낌을 줬다. 고 대리는 “입주민이 퇴근 후 거실에서 금강의 물결에 건물 조명이 반사돼 반짝이는 야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첫마을’ 1단계 공사현장을 인근의 금강에서 바라본 모습.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동쪽으로 3㎞ 정도 떨어진 밀마루 전망대로 이동했다. 해발 98m 높이의 전망타워로 평일 오후 2~4시에는 일반 관람객에게 무료 개방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첫마을 아파트 단지는 세종시 서부의 금강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 팀장은 “첫마을은 서울로 치면 동부이촌동 정도의 위치”라며 “정부 청사가 들어설 행정타운까지는 2~3㎞ 거리여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망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봉사 활동을 하는 임재한씨는 “행정타운 동쪽엔 전월산과 원수산이 녹지축을 형성하고 있고, 남쪽 장남평야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두 배 규모로 생태공원과 수목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수산은 800여 년 전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 반란군 합단적의 침략을 물리친 연기 대첩의 현장”이라며 “이 일대는 고려 말 충신인 임난수 장군의 사패지(임금이 내린 땅)이기도 해서 역사적으로 매우 유서가 깊다”고 자랑했다.

정부 부처 2012년부터 단계적 이전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전 기관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지식경제·국토해양·농림수산식품부 등 4개 경제부처와 교육과학기술·문화체육관광·보건복지·환경·고용노동부의 5개 비경제부처, 법제처·국가보훈처·국세청·소방방재청 등이다. 전체 15부 2처 18청의 중앙 행정기관 중 절반 수준인 9부 2처 2청이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총리실과 각 부처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모두 36개 기관이 이전 예정이다. 여기에 소속한 공무원만 모두 1만452명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이상 해당 공무원들의 집단 이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세종시에 의료·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과 연구소·대학 등을 유치해 50만 명이 사는 자족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들이 살 집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9월 중순까지 확정된 주택건설 계획은 7585가구가 전부다. LH의 첫마을 단지 7000가구(아파트 6520가구, 단독주택 480가구)와 공무원연금공단의 임대아파트 585가구다. 서울에서 살면서 세종시에 출퇴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는다고 해도 승용차로 왕복 5시간 이상 걸린다. 결국 해당 공무원들은 세종시나 인근에서 집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원래 10개 민간 건설사들은 세종시에 1만7000가구를 더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민간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설사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현재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분양받은 땅의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사업을 아예 포기할지, 다시 아파트 건설을 추진할지 고민 중이다. 오 팀장은 “통상 2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 데 2년3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기에는 상당한 주택 공급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LH의 첫마을 1단계 분양은 세종시 주택건설 사업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 공고는 10월 말, 청약은 11월 초, 입주는 내년 10월 예정이다. 1단계 분양이 순조롭다면 민간 건설사들이 뒤늦게라도 주택건설에 뛰어들 것으로 LH는 기대한다. 만일 미달 사태가 발생한다면 도시 전체의 활성화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LH는 유리한 입지조건과 저렴한 분양가를 분양 성공을 위한 ‘무기’로 내세운다. 1단계 분양 대상인 A1과 A2 블록은 중앙행정타운과 중심상업지구 예정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단지 동쪽 큰길을 따라 세종시 대중교통의 중심인 간선급행버스(BRT)가 지나간다. 구체적인 분양가는 다음 달 초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3.3㎡당 650만원 수준을 검토 중이다. 오 팀장은 “첫 분양의 상징성을 감안해 인근 시세 이하로 분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근 시세의 예로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와 도안신도시를 들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노은지구의 아파트 시세는 3.3㎡당 700만(중소형)~900만원(중대형)에 달하고, 도안신도시는 3.3㎡당 760만~850만원에 분양됐다.

세종시는 수도권에 해당되지 않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규제가 없고 계약 후 1년이 지난 입주 시점에 집을 팔 수 있다. 청약예금(주택청약종합저축 포함)에 가입한 지 6개월이 지난 무주택자나 1주택 이하 소유자는 지역 제한 없이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1순위 청약 자격이 있다. 85㎡ 이하 중소형의 경우 무주택 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포함) 가입자여야 한다.

오 팀장은 “세종시 이전 대상자가 아니라도 투자 수익이나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청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의 최대 60%까지 집단 은행대출을 알선할 예정”이라며 “계약금(집값의 10~15%)만 있으면 잔금 납부일까지는 대출이자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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