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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때 리더는 감상적 태도 버리고 고통과 타협 말아야

중앙선데이 2010.09.18 23:49 184호 24면 지면보기
박용만 두산 회장
Q.구조조정기 리더는 평상시 리더와 달라야 합니까? 구조조정기 리더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피인수기업의 리더는 피인수기업 안에서 찾는 게 바람직한가요? 일반적으로 CEO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다른 조직의 장 말고 CEO에게만 요구되는 자질도 있나요?

경영구루와의 대화<3> 박용만 두산 회장④

A.구조조정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CEO 리더십의 일반적 요건에 대해 설명해 보죠. 첫째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입니다. 쉽게 말해 CEO는 장사꾼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코칭(coaching) 리더십입니다. CEO는 야구팀의 코치 같은 존재입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달성 방안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학습시키고 육성하되 자신이 함께 그 과정에 참여해야 돼요. 야구팀 코치처럼 구성원과 같이 뛰고 함께 어울려 뒹굴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CEO는 감독과도 다릅니다. 군림하거나 구성원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셋째, CEO는 혁신성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혁신적이거나 적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있어야 합니다. 넷째로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마치 보일러의 불꽃이 활활 타올라야 방 전체를 데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여기서 열정이란 다혈질이거나 불 같은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순수한 열정이란 위험회피 수단까지 마련해 가면서 어떤 목표를 향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성향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이런 열정을 갖춘 CEO 가운데는 오히려 성격이 차분한 사람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CEO는 도덕성이 필수적입니다. CEO로서 혁신성, 열정 등의 특성 심지어 장사꾼 기질마저도 상대적으로 남보다 더 잘 갖추거나 덜 갖출 수도 있지만, 정직성과 투명성이 결핍된 사람은 CEO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가령 코칭 리더십은 열심히 연마해 갖출 수 있지만 도덕성은 함양되는 게 아닙니다. 장사꾼 기질을 제외한 나머지는 CEO뿐 아니라 모든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나 CEO라면 반드시 장사꾼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구조조정기의 리더는 이 일반적 특성 외에 세 가지를 더 갖춰야 합니다. 우선 팩트 베이스로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구조조정기에는 변화를 겪게 마련이고 모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또 고통스러운 데다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팩트를 기반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둘째, 우선순위를 판단할 줄 아는 안목과 우선순위가 높은 것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실행력이 있어야 합니다. 구조조정기에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지만 그 과정에서 리스크가 증가하기도 하고 심지어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구조조정기는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동참하고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구조조정기의 리더가 경계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감상적인 태도입니다.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부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어떤 사람은 변화를 폄훼합니다. 그러다 보면 타협과 양보도 하고 그 사람들을 포용하게 됩니다. 문제는 어디까지 양보하느냐입니다. 너무 많이 양보하면 변화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되죠. 독선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반대자들을 포용하느라 너무 큰 희생을 치러서도 안 됩니다.

구조조정의 콤플렉스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군살을 빼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장밋빛 청사진을 걸고, 최첨단 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통과의례인 양 페인트칠을 합니다. 근거 없는 희망을 제시하는 거죠. 구조조정을 이렇게 잘못 포장하면 구성원들의 에너지만 낭비하고 결과적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을 연장하게 됩니다. 발전적인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방향과 로드맵을 제시해 단계별로 행동 통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조직 안에 성역이 생기는 걸 막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성역은 팩트를 가리게 되고, 결국 나머지 영역마저 무너뜨리고 맙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고통 회피적인 타협의 유혹에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개혁에 피로가 따르듯이 구조조정도 피로감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피로감은 구조조정 자체를 완화한다고 가시는 게 아닙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구조조정에 집중해 목표한 기간 안에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구성원들이 그 성과를 체감할 때 비로소 구조조정의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완화했다가는 피로감을 느끼는 기간만 연장할 뿐입니다.

구조조정엔 저항이 따릅니다. 업무 역량이 낮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저항을 지속할 땐 조직에서 배제해야겠지만 업무 역량이 높은 사람들이 저항하면 설득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야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구조조정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인수합병(M&A) 후 PMI(인수합병 후 통합) 작업을 하는 리더에게는 조직 장악력과 포용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피인수기업은 구성원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저항이 촉발되기도 쉽죠. 그래서 불도저형이나 독불장군 스타일은 잘 맞지 않습니다. 피인수기업의 리더는 피인수 기업 자체에서 나오는 게 바람직합니다. 피인수기업이 영위하는 비즈니스와 그 조직을 잘 알기 때문이죠. 피인수기업 출신이 경영을 맡으면 조직이 빨리 안정되는 데도 유리합니다. 그동안 두산의 M&A 경험에 비추어 보면 리더가 피인수기업에서 나온 케이스가 절반입니다. 바깥에서 들어간 사람은 조직의 ‘유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유리하죠. 우리가 피인수기업에서 조직적 저항에 부닥치지 않은 것은 이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인수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를 주도하고 조직을 안정시킬 사람이 누구냐에 주목하지 인수기업 출신이냐 피인수기업 출신이냐를 따지지 않습니다.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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