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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오전 재즈, 오후 댄스곡 카페로 이미지 변신 성공

중앙선데이 2010.09.18 23:42 184호 26면 지면보기
이달 9일 눈길을 끄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매장에서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본사가 만든 음악 CD를 이용해 매장에서 음악을 틀었다. 스타벅스 측은 음반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저작권자의 허락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CD를 재생하는 행위가 저작권(공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고객의 지갑을 여는 또 다른 힘 ‘음악 마케팅’

지금까지 공공장소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부는 지난해 9월 공연법을 강화해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공연보상 청구권 제도’를 도입했다(저작권법 제76조). 그리고 이번 판결로 대형 할인마트·백화점·편의점·카페·레스토랑 등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에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쓸 때는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음악마케팅을 위해 어떤 음악을 틀 것이냐를 고민하기에 앞서 저작권 문제를 신경 써야 하게 됐다.
 
“사이렌 효과음 들어간 노래 안 돼”
그 틈새를 노린 사업이 ‘매장음악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각종 유통점이나 커피점에서 업주를 대신해 인터넷으로 실시간 음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수백, 수천 개의 매장이 있는 기업,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점포에 들르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주로 이용한다. 저작권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조그만 보세 옷가게나 실내포장마차에서도 합법적인 매장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KT뮤직·플랜티넷 등 10여 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음악 서비스는 초기엔 매장주들이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음악마케팅 차원에서 업종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GS25·맥도날드·아디다스·교보문고 등 8200개 매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뮤직은 업종별 이용 고객의 성별과 연령, 직업군을 조사하고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내보낸다.

맥도날드가 좋은 예다. 2008년 2월 미국커피조합(National Coffee Association of USA)의 커피 선호도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커피맛은 좋은데 10대들이 찾는 프랜차이즈 가게라는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 맥도날드는 커피 브랜드 ‘맥카페’를 론칭하면서 매장음악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컨설팅을 맡은 KT뮤직은 시간대별로 고객 연령층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주로 아침 출근 시간대 커피를 사러 들르는 직장인들이 많을 때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리릿 니워의 부드러운 재즈 연주곡 ‘바이아 펑크(Bahia Funk)’, 재즈 기타리스트 얼클루의 ‘무브(move)’ 등으로 카페 분위기를 살렸다. 청소년들이 주로 방문하는 오후에는 최신 유행 가요인 FT아일랜드의 ‘사랑사랑사랑’, 투애니원의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등을 틀었다.

KT뮤직 한경진 뮤직매니저는 “대한항공에는 39개 노선의 보딩 음악을 제공하는데 영국 런던행에는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 ‘런던’ 마지막 악장을 틀고, 미국 시애틀행에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When I Fall In Love’ 등을 튼다”고 말했다.

음악 선곡은 나름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 1986년 미국 잡지인 ‘소비자연구’에 수록된 한 연구를 보면 매장 배경음악과 매출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3bpm(1분당 비트) 이하 느린 템포의 음악과 93bpm 이상의 빠른 음악을 들려줬더니 매장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각각 127.53초와 108.93초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매출액은 각각 1만6700달러와 1만2113달러로 집계됐다. 이를 응용하면 고급 매장은 느리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틀어 매장 내에 있는 시간을 늘려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길게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세일 기간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 매장 내 고객 회전율을 높이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된다.

음악 중간에 안내나 광고 방송을 삽입해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GS25는 전국 매장에서 본사가 진행하는 행사 내용이 일괄적으로 음악 사이사이에 나와 행사 내용을 모르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도 행사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마트는 전국 250개 매장에서 사용되는 ‘~하이마트로 가요’ CM송을 자주 틀어 라디오 광고 이상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배경 음악으로 가요는 쓰지 않는다. 책 읽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다. 연주곡을 주로 고르는데 음폭이 넓은 곡도 안 된다. 볼륨을 일정하게 해 놓는데 갑자기 음악 소리가 작아지거나 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전자음이 들어가서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가 나는 것도 피한다. 한 매니저는 “유통 매장은 회전율을 고려해 주로 최신 유행의 빠른 음악을 고르는데 욕설이나 선정적인 내용의 가사가 있는 노래는 거른다”며 “또 사이렌이나 총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전화벨 소리 등 효과음이 들어간 음악도 매장 내 고객들을 놀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뺀다”고 말했다.

매장음악 서비스를 받는 가격은 전체 매장의 수와 면적, 음악만을 트느냐 중간에 안내 멘트를 삽입하느냐 등의 여부에 따라 다르다. 보통 평당 월 1만~2만원을 기준으로 한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경우 월 1만1000~2만원을 내면 세일 기간, 비 오는 날, 손님이 많은 시간, 마감 전 시간 등으로 카테고리를 구분해 음악을 선택해 틀 수 있다.
문제는 음악마케팅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제 매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음악마케팅 효과보다는 사내 방송실 운영으로 나가는 돈을 아끼기 위해 매장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계 KT뮤직은 매장음악 서비스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전체 매출액(380억원)의 3% 수준이다. 이 회사 최윤선 IR팀장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매장음악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는 17억 정도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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