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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벌초

중앙선데이 2010.09.18 22:19 184호 11면 지면보기
추석을 앞두고 마을 사람이 모여 ‘공동산’ 벌초작업을 했습니다. ‘공동산’은 연고 없는 묘가 많은 마을의 공동묘지입니다. 마을 조상님들이 계신 곳이라 이즈음에 한 번씩 깨끗하게 벌초와 청소를 합니다. 남자들은 예초기를, 여자들은 낫을 들고 작업합니다. 저는 벌초작업은 대충, 조금씩 거들고는 바쁘게 작업하는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의 반짝이는 눈에 드디어 ‘한 모습’이 잡혔습니다. 낫질을 바쁘게 하는 할머니의 바지춤에 꽂힌 ‘비밀병기’를 보았습니다. 낫으로 풀을 베다가 나무가 거치적거리면 바지 뒤에 꽂은 톱을 바로 빼서 ‘쓱싹’ 해치웁니다. 70여 년을 살아온 노동의 지혜이며 범접할 수 없는 삶의 모습입니다. 할머니의 허리는 평소에도 ‘90도’입니다. 몇 번의 낫질을 하고는 꼭 한 번씩 허리 아픔을 풀어야 합니다. 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힘드시더라도
밝은 웃음 가득한 추석을 보내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톱 찬 검객, ‘박금애’ 할머니 만세!

[PHOTO ESSAY]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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