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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김정일, 3남 정은 권력승계설 부인”

중앙일보 2010.09.18 01:26 종합 2면 지면보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아들 정은(26)으로의 권력승계설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오른쪽) 중국 총리로부터 들었다고 지미 카터(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27일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곰즈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 4~10일 중국을 방문했다.


원자바오 말 인용 보고서

카터 전 대통령은 13일 카터센터 웹사이트에 올린 보고서에서 6일 베이징에서 만난 원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이 3남 정은의 예상된 승진(prospective promotion)에 대해 ‘서방의 뜬소문’(a false rumor from the west)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 총리의 이 같은 전언에 놀랐으며, 북한 권력승계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지난달 26~30일 방중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미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정일→원자바오→카터로 이어진 복잡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김정일의 진의가 와전될 수 있다면서도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상황이 매우 불확실해 김정일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하기 매우 힘들다”며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이 전한 정은의 ‘승진’ 이야기가 권력승계와 다른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이 권력을 계속 장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이 어린 후계자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연막을 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찬양가요 ‘발걸음’ 공연을 김정일이 관람하고 주민들에게 정은을 ‘청년대장’으로 교육시키는 등 후계문제는 분명히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후계 자체보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의 공직 부여 관측을 부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열 이화여대 교수는 “당대표자회가 김정은의 등장이 아니라 장성택 등 후계자 후원그룹의 입지를 다져주는 자리가 될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아들 정은이 중국 방문길에 수행했다는 관측은 잘못됐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후계문제가 6자회담이나 경제문제보다 중요 현안이라 보기 어렵다”며 “다만 김정일이 중국의 수뇌부에 비교적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정도로 후계가 진전됐다고는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중 때 김정일이 원 총리를 만난 사실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언 시기와 언급 배경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미 상원 군사위에 출석해 “(북한 관련) 정보의 일부는 종종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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