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남용 부회장(왼쪽부터) | |
이례적 임기 중 CEO 교체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수요 침체, 애플발 스마트폰 열풍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휴대전화와 TV·에어컨에서 글로벌 ‘빅3’에 드는 등 글로벌 전자업체로 성가를 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차세대 TV의 대세를 쫓아가는 데 소홀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선진국 시장의 경기침체는 TV 등의 판매에도 큰 차질을 가져왔다. 급기야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3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고 말했다.
◆오너경영 복귀=LG전자의 새 사령탑이 될 구본준 부회장은 구본무 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첫째와 셋째 동생은 구본능(61)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53) 희성전자 사장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학원을 졸업한 구본준 부회장은 87년부터 9년간 LG전자에 근무하는 등 25년간 전자사업 쪽에서 경륜을 쌓았다.
경영스타일이 공격적이라고 알려져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 재직 때 삼성전자와 6∼7세대 LCD(액정화면) 사업 설비투자 경쟁을 벌였다.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은 뒤 글로벌 LCD 공급 과잉을 맞아 실적이 급락했고, 2007년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영수 현 사장이 취임한 뒤 LCD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급반전했다. LG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CEO 교체에 대해 “오너 경영인이 전문경영인보다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경영난을 오너십으로 돌파하려는 뜻도 있다”고 평했다. 구 부회장은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뒤 통 큰 경영과 투자를 해왔다는 평을 들었다. 취임 첫해 584억원에 그쳤던 LG상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15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심재우·윤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