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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남용 부회장 퇴진 … “오너십으로 경영난 돌파”

중앙일보 2010.09.18 01:23 종합 3면 지면보기
구본준 부회장, 남용 부회장(왼쪽부터)
올 들어 영업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LG전자가 최고경영자(CEO) 전격 교체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LG전자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남용(62) 부회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다음달 1일 자로 구본준(59) LG상사 부회장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65) LG 회장의 동생으로, 오너 책임경영체제의 강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 보도자료에 따르면 남 부회장은 CEO로서 부진한 경영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연말 정기인사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따르면서, 새로운 사령탑을 중심으로 조속히 사업전략을 재정비하길 바란다고 남 부회장이 밝혀 왔다는 것이다. 남 부회장은 올 3월 대표이사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했다. LG전자에서 임기를 남겨놓은 대표 이사가 교체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례적 임기 중 CEO 교체

◆왜 사퇴했나=남 부회장은 LG의 대표적 전략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6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수출기획 파트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해외경험을 쌓은 뒤 LG그룹 회장실 이사와 LG경영혁신추진본부 전무·부사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구자경 전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뛰어난 영어실력 등으로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LG텔레콤 대표 시절에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이통 3사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7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도하며 ‘혁신 CEO’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수요 침체, 애플발 스마트폰 열풍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휴대전화와 TV·에어컨에서 글로벌 ‘빅3’에 드는 등 글로벌 전자업체로 성가를 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차세대 TV의 대세를 쫓아가는 데 소홀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선진국 시장의 경기침체는 TV 등의 판매에도 큰 차질을 가져왔다. 급기야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3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고 말했다.



◆오너경영 복귀=LG전자의 새 사령탑이 될 구본준 부회장은 구본무 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첫째와 셋째 동생은 구본능(61)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식(53) 희성전자 사장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학원을 졸업한 구본준 부회장은 87년부터 9년간 LG전자에 근무하는 등 25년간 전자사업 쪽에서 경륜을 쌓았다.



경영스타일이 공격적이라고 알려져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 재직 때 삼성전자와 6∼7세대 LCD(액정화면) 사업 설비투자 경쟁을 벌였다.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은 뒤 글로벌 LCD 공급 과잉을 맞아 실적이 급락했고, 2007년 LG상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영수 현 사장이 취임한 뒤 LCD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급반전했다. LG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CEO 교체에 대해 “오너 경영인이 전문경영인보다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경영난을 오너십으로 돌파하려는 뜻도 있다”고 평했다. 구 부회장은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뒤 통 큰 경영과 투자를 해왔다는 평을 들었다. 취임 첫해 584억원에 그쳤던 LG상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15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심재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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