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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강기갑] 경위 폭행, 탁자 손상 무죄 → 유죄 …‘기교사법’ 논란 종지부

중앙일보 2010.09.18 01:14 종합 5면 지면보기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009년 1월 5일 박계동 당시 국회 사무총장실을 찾아가 책상 위에서 ‘공중부양’하는 모습. [경향신문 제공]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국회 ‘공중 부양’ 사건을 담당한 2심 재판부는 “강 의원의 행동은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봤다. 국회 경위들의 당 현수막 철거와 국회 사무총장의 신문 보는 것 자체를 ‘공무 수행’으로 보지 않은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1심에서 논란이 됐던 판단 중 하나는 국회 사무총장이 휴식 중 신문을 읽는 행동을 공무 수행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은 이에 대해 “비서실에서 스크랩한 기사를 보는 것 외에 직접 신문을 찾아보며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국회사무총장의 직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탁자를 넘어뜨려 손상시킨 것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에 수반되는 행동으로 고유한 불법 행동으로 볼 수 없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해 ‘기교(技巧) 사법’이란 비판을 받았던 판단도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용물건손상 혐의가 공무집행방해보다 형량이 무겁고, 두 범죄가 일반적으로 함께 일어난다고 볼 수도 없다”며 “탁자를 쓰러뜨린 행동이 공무집행방해에 수반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당시 국민께 내 행동을 사과드렸던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유지를 못하고 실망을 안겨 드렸다는 점에 대한 것”이라며 “그 사과가 내 행동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강 의원은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강 의원의 유죄는 인정하면서도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의 범죄는 아니라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 같다”고 전했다.



◆뒤집힌 논란 판결=‘편향 판결’ 논란은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의 국회 점거 민노당 당직자에 대한 공소 기각 결정에서 시작됐다. 이후 올해 1월 같은 법원 이동연 판사의 강기갑 의원 ‘공중부양’ 사건 무죄 선고와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의 PD수첩 ‘광우병’편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편향 판결’ 논란이 극에 달했다. 또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에 대해 전국 법원에서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면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2월 ‘2010년 법관사무분담’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에 대해 단독판사 3~4명이 모여 재판을 하는 재정합의부 4곳을 설치했다. 형사단독 판사도 경력 10년을 넘긴 법관을 배치했다.



기소 당시 단독 판사에게 배당된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에 대한 시국선언 사건은 재정합의부가 구성된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합의부는 정 위원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엇갈린 시국선언 판결로 논란이 일던 3월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선 법원 간 합동 세미나를 정례화해 판사들 간 의견 교환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소통을 위한 연구회 구성 및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유사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이 의견을 나눠 들쭉날쭉한 판결을 줄이고 이에 따른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최선욱·심서현 기자



◆기교사법=판사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언어적 기교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꿰맞추는 경우를 일컫는 것.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최근 ‘편향 판결’ 논란을 풍자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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