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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 기관지 “삼권분립·직접선거 필요 없어” … 정치개혁 논쟁 가세

중앙일보 2010.09.18 00:50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국의 정치개혁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광둥성 선전(深?)의 경제특구 30주년을 맞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공산당 기관지들이 자유·보수 진영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전(論戰)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다음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를 앞두고 정치개혁 공방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이 한창이다.


“서구 민주주의는 달러 민주주의”
내달 5중전회 앞두고 기싸움 가열

쟁점은 ‘어떤 정치 개혁을 지향하는가’다. 점진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자는 주장과 공산당 일당지배를 전제로 한 중국식 민주주의를 고수하는 보수적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중국의 지식인들은 ‘자유주의냐, 보수주의냐’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찬원(贊溫) 대 반원(反溫)=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가 원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을 뒷받침하자 즉각 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치우스(求是)’가 16일자 최신호에서 “서구식 민주주의는 ‘달러 민주주의’”라고 못 박으며 당내 보수 좌파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치우스는 이어 “중국에선 공산당이 지도하는 ‘다당제’가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라며 “서구식 삼권분립제와 직접선거는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학습시보는 13일자 최신호에 중앙당교 허우샤오원(侯少文) 교수가 쓴 ‘정치개혁을 인민이 원한다’는 글을 실었다. 허우 교수는 “중국은 정치개혁에 성공해야 밝은 미래가 있으며 당이 번창하고 인민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고급간부의 산실인 중앙당교는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교장을 맡고 있다. 후 주석도 부주석 시절 당교 교장을 맡는 등 당교는 중국 최고 지도부 인사와 당 간부들이 동질적인 국정 이념을 나누고 일체화하는 당의 중추적 기관이다.



◆“후 주석·원 총리 교감”=이번 논쟁은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개혁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원 총리의 지난달 20일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좌파 계열의 광명일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지만 광둥성 당 기관지 남방일보는 원 총리를 강력 지지했다. 원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은 불과 2주 뒤 후 주석의 화답으로 더욱 탄력을 받았다.



후 주석은 지난 6일 선전경제특구 30주년 대회에서 “법에 따라 민주선거, 민주적 정책 결정·관리·감독 체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알 권리·참정권·표현권·감독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4개 민주론’ ‘4개 민권론’을 환기시켰다. 이를 두고 중화권 최고 권위지 아주주간은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정치개혁을 주장한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분석가들은 “경제개혁 30년을 일단락 지으면서 점진적인 30년 정치개혁의 방향 설정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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