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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 “기부하면 짜릿”

중앙일보 2010.09.18 00:54 종합 12면 지면보기
“셋, 둘, 하나”를 외치자 축포가 터졌다. 제1회 나눔문화대축제가 17일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에서 개막했다. 추석을 앞두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나눔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연 행사다.


사상 최대 나눔문화대축제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서 개막

1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에서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가 열렸다. 개회식에 이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500인분의 대형 비빔밥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학준 한국사회서비스포럼 회장, 김인규 한국방송협회장,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이승렬 한국종교계 사회복지협의회장, 김득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정하균 의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 이제훈 어린이재단 회장과 청와대어린이기자단. 이번 축제는 18일까지 계속된다. [김형수 기자]
17일 개막식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대사 가수 박상민씨도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는 17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면서 모은 40억원을 기부활동에 써 왔다. 박씨는 “기부하고 나면 짜릿하다”며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아주 특별한 점심’ 행사가 열린다.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45명의 기부천사들이 주인공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재산을 기부한 기초수급자 할머니, 매출액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사장님, 음악가, 방송인 등이 그들이다.



전북 군산시 채영숙(55·여)씨는 17일 오전 현아(5·여·가명)의 엄마가 됐다. 현아를 데리고 공원으로 나가 통닭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아는 헤어질 때 “엄마 차로 가겠다”며 떼를 썼다. 현아는 친척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다. 채씨는 매달 한 번씩 2년째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채씨는 회장을 맡고 있는 민간봉사단 ‘세노야세노야’ 단원과 함께 이번 주 내내 바삐 움직였다. 16일 전과 고등어조림 등의 요리를 들고 동네 독거노인 30명을 찾았다. 18일에는 이주여성 23명을 초대해 송편과 수제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 예정이다. 채씨는 18년간 매달 20일 이상 나눔활동을 해왔다.



나눔은 가진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대전시 아동양육시설 천양원 원생 연경이(10·여)는 매달 5000원의 용돈을 받는데 이 돈을 기부한다. 벌써 4년째다. 다른 아이들이 뒤를 이었고 나중에는 천양원 직원과 원장이 나섰다. 기부 바이러스가 번진 것이다. 이연형(68) 천양원 원장은 “연경이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도 남을 돕는 게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김진숙(50·여)씨는 1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이 거의 마비된 장애인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돼 매달 정부에서 50만원가량을 지원받는다. 김씨는 지난해에 매달 2만원, 올해부터는 1만원을 기부한다. 김씨는 “(사람들이) 마음은 있는데 여유가 없어서 (기부를)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능을 기부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정희자(43·여)씨는 자선오케스트라 ‘UKO’의 바이올린 제1주자 겸 대표다. UKO는 2006년 이후 1년에 네 차례 정기연주회를 열어 연주회당 수익금 1500만원을 난치병 어린이 지원사업에 내놓는다. 단원들은 부산·울산·창원 시향 멤버가 많다. 자기 돈을 내서 활동한다.



현인(36·회사원)씨 부부는 결혼 5년 만에 태어난 딸 현송이의 생일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100만원을 기부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의 퇴직금 1000만원을 기부한 오순덕(63)씨, 난치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해 우승을 일궈낸 경주마의 상금(1000만원)을 쾌척한 이수홍(81)씨도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탤런트 길용우씨는 어르신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3년간 진행하며 소외된 노인을 보살펴온 재능 기부자의 대표 격이다. 방송인 설수진씨도 길씨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한편 행사장에는 빈곤층 아동 복지·교육을 돕는 중앙일보의 위 스타트(We Start)운동본부와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단체와 사회공헌활동에 열성적인 삼성·포스코·SK·LG전자·CJ 등의 기업 130여 곳이 부스를 설치하고 그간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 기자






“우리 사회 품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



“흩어져 있던 나눔 문화에 대한 욕구가 물줄기가 하나로 모이듯 거대한 축제의 장에 모인 겁니다. 우리 사회의 품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를 공동 주최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병철(73·사진) 회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의무) 정신을 확산해 하나의 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도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인 출신의 윤 회장은 “사실 사회적 불균형이나 차별, 불평등의 고착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가 파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기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바로 그런 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기부자들로 구성된 ‘아너 소사이어티’를 좋은 예로 들었다. 2008년 5월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을 첫 회원으로 시작된 아너 소사이어티는 올해에만 20명이 늘어 회원 수가 총 35명이다. 이번 축제에는 13명이 참석한다. 윤 회장은 "하지만 나눔의 본질은 행동이지 물질만은 아니다”며 "재능과 봉사도 중요한 기부”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이어질 나눔 운동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닿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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