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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물론 한국 신인도에 어두운 그림자

중앙일보 2010.09.18 00:39 종합 16면 지면보기
신한금융지주엔 악몽과도 같은 보름이었다. 지난 2일 신한은행이 전임 행장이었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내분 사태는 신한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렸다. 가장 모범적인 금융회사로 꼽혔던 신한은행 비서실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이 악몽은 신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은행권은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신인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는 평가다.


신한 내분 사태 보름, 그 파장은

◆신인도 추락 우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 ‘렉스 칼럼’을 통해 신한 사태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울 빌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남북 대치 상황과 불투명한 경제관행 등으로 한국의 자산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실제 가치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FT는 “횡령이나 차명계좌 개설 혐의 등은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진 소재이지만 그게 대기업이 아닌 은행에서 일어났다”며 “그것도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고 한국 은행권의 ‘승자’로 인식돼 왔던 신한금융지주에서 생겼다”고 지적했다. FT는 또 이런 일들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투자자들에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확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신한 사태는 한국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금융 감독의 문제에 대한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5일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내부 반응은 더 차갑다. 익명을 원한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G20을 앞두고 금융위기 탈출 등 우리의 성과를 선전해도 아쉬울 판인데 신한 내분 사태가 완전히 재를 뿌렸다”고 비판했다.



경쟁 은행들도 신한의 불행을 즐기기보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에 이어 신한의 내분 사태를 지켜보는 외국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은행 전체의 지배구조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신한 사태는 국내 금융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 조직 추스르기=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된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의 직무정지가 결정됨에 따라 조직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최범수 지주 부사장 등 계열사 임원 8명으로 구성된 ‘그룹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임원 모임’을 만들었다. 조직 안정 방안을 찾아 시행하기 위해서다. 17일엔 임원 모임 산하에 경영정상화 실무작업반(TF)을 발족했다.



최고경영진들도 나섰다. 라응찬 회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그룹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범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은 경영 정상화 계획을 실행에 옮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최근 노조를 방문해 협조를 당부했다. 신한 측은 극소수의 고액 자산가들이 예금을 빼가긴 했지만 영업 전반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한지주의 주가는 지난 1일 4만6200원에서 8일 4만230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엔 4만3000~4만4000원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결정으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내부에선 신 사장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이 여전하다. 신한은행 노조 측에선 “지난 16일 사내 방송에서 이 행장이 책임을 지는 자세보다는 신 사장을 고소한 이유를 설명한 것에 많은 직원들이 실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원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라 회장 등 ‘빅3’의 거취 문제가 결정되기 전에는 조직이 안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배·조민근·김경진 기자



신한 사태 일지



■ 9월 2일 신한은행,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고소



■ 3일 이백순 신한은행장, 일본 오사카로 출국/검찰, 신 사장 횡령·배임 혐의 수사 착수



■ 6일 이 행장, 일본 도쿄 출국/신한은행 노조위원장, 라응찬 회장 면담/노조, 성명서 발표



■ 7일 정행남 재일교포 사외이사 방한해 라 회장 면담



■ 9일 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 일본 나고야 출국/재일교포 주주모임 간친회에서 사태 설명



■ 10일 위성호 부사장, 홍콩 출국/사외이사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 면담/이사회 14일 개최 결정



■ 13일 시민단체, 차명계좌 의혹으로 라 회장 고발/재일교포 주주모임 ‘밀리언클럽’ 소속 주주 4명, 이 행장 해임청구 소송 제기/주식회사 투모로, 이 행장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 14일 신한금융, 이사회 개최/신 사장 직무정지



■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 신한 사태에 대해 책임론 언급



■ 16일 이 행장, 사내 방송 통해 사태 설명/라 회장, 사내 게시판에 사태 설명 글 게재



■ 17일 신한금융, 대국민 사과문 일간지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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