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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강 신화 보고 공 찬 꼬마들, 4강 소녀가 되다

중앙일보 2010.09.18 00:27 종합 26면 지면보기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6월, 한반도 남녘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 여자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그때 10살도 안 된 ‘꼬마들’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17세 소녀로 자라난 그 꼬마들이 일을 냈다.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여민지 4골 1도움 폭발
나이지리아에 연장 끝 6-5 승리
북한도 독일 꺾고 4강에

태극 소녀들이 세계 4강에 올랐다. 17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 17세 이하(U-17) 청소년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은 120분간의 연장 혈투 끝에 나이지리아를 6-5로 이겼다. 북한도 이날 우승후보 독일을 1-0으로 누르고 4강에 동반 진출했다.



한국은 스페인-브라질의 승자와, 북한은 아일랜드-일본 경기 승자와 22일 준결승을 치른다. 남·북이 준결승에서 나란히 승리하면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한국 여자 U-17 축구대표팀의 여민지가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연장 전반 8분 결승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4골 1도움을 기록한 여민지의 활약 속에 한국은 4강 진출의 쾌거를 일궈냈다. [마라벨라(트리니다드토바고)=게티이미지]
◆드라마 같은 승부=롤러코스터를 탄 듯 엎치락뒤치락한 명승부였다.



전반 3분 만에 2골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14분 이금민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난타전을 주고받은 가운데 한국은 후반 44분 여민지의 골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내줘 연장까지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한국은 연장 전반 4분 빠른 역습에 나선 김아름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재역전골을 터뜨렸고, 연장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여민지가 강력한 헤딩슛으로 쐐기포를 꽂았다. 혼자서 무려 4골(1도움)을 만들어낸 여민지는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한 경기 개인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연장 전반 13분 아일라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1점차 리드를 잘 지켜 4강 진출의 금자탑을 세웠다.



◆월드컵을 보며 꿈을 키운 세대=한국 여자축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사실상 첫발을 내디뎠다. 1990년 9월 일본과의 A매치에서 1-13으로 대패했다. 필드하키·펜싱·육상 선수들을 모아 급조한 팀이었다.



저변이 강해지기 시작한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다. 한·일 월드컵을 보며 축구에 대한 꿈을 키운 어린 새싹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주종목으로 선택한 선수들은 드리블과 킥, 패싱 등 기본기를 착실히 닦으며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축구협회의 지원도 밑거름이 됐다. 2002년 월드컵 잉여금을 여자축구 육성을 위해 투자했다. 유소년 상비군제가 도입돼 여자축구 유망주들은 12세 때부터 방학 때마다 파주에 모여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출범한 WK-리그도 선수들에게 강한 자극제가 됐다.



최덕주 감독은 “4강에서 만나는 스페인과 브라질 모두 독일만큼 강하지는 않다. 우리 실력만 발휘하면 어떤 팀이든 잡을 수 있다”며 “결승까지 올라가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북한도 준결승 진출=남자축구는 한국이 우위지만 여자는 아직 북한이 앞서 있다.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여자축구를 일찌감치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북한은 2006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을 밟았고, 2008년엔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한 강팀이다. 이날 독일과의 8강전에서 북한은 주도권을 내줬지만 전반 44분 김금정의 중거리포 한 방으로 1-0,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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