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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군가산점제, 성차별 소지 있어

중앙일보 2010.09.18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근 정부가 군가산점제 재도입을 검토한다고 한다.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군가산점제란 7, 9급 등 공무원 등 임용시험에 있어 제대 군인에게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정책이다. 그런데도 2008년 국회에 군가산점제 부활 법안들이 제출됐고, 2008년 12월에는 국회 국방위에서 병역법 대체 법안이 마련돼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가산점제 적용 기관은 국가, 지자체, 학교, 1일 20인 이상 고용 업체 등 광범위하다. 그러면 국방위 대체 법안이 예전의 제대군인 가산점제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먼저, 새 제도의 대상에는 기존의 현역에다 보충역을 포함시키고 있다. 위헌 판결을 받은 법보다 수혜 대상이 더 넓어진 것이다. 확대 이유는 위헌 판결에서 지적한 차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자도 현역 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으므로 제대 군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군은 자원에 의해, 선발을 통해 간부군인으로서만 복무한다. 수적으로는 2006년 5월 현재 총 4145명으로 군 간부 정원의 2.5% 수준이며, 전체 한국 군인의 1% 이하다.



여성과 군면제된 남성들은 국가가 만든 선발 기준에 의해 징병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군가산점제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지 정책입안자는 답해야 한다.



또한 과목별 득점 2.5%와 20%까지의 선발 방식은 구(舊)제도에 비하여 차별 소지가 경감됐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예컨대 2006년 7급 공무원 공채시험의 경우 필기시험 합격선이 85.14점이므로 평균 84점을 받은 사람이 2.5%의 가산점(2.1점)을 얻으면 합격자가 된다(이 시험의 경쟁률은 45.6대 1이었다). 현실적으로 7급 및 9급 공무원 채용시험의 경우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데 가산점을 부여받는 것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정 직급 채용에서 군필자가 20%를 차지하고, 나머지 80%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합격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군필자와 남성이 합격자의 60%를, 여성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20% 상한선은 능력이 비슷한 남녀가 공정 경쟁한다 해도 여성 합격률을 남성의 그것의 3분의 2정도(66.6%)에 머물도록 하는 체계적 차별 제도다.



새 제도의 대상자는 표면적으로 현역과 보충역을 마친 ‘사람’으로 남녀중립적이다. 하지만 병역법 제3조에서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기에 사실상 사람이라기보다 ‘남자’다. 이에 제대 군인 가산점제는 직접적 성차별에 해당한다. 정부가 진정 제대 군인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군인 봉급을 실질화하든지, 제대 후 학자금이나 정착금 융자사업 등을 통해 국가의 재정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



병역법 대체 법안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며,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 군인의 명예와 권위를 위해 보다 약한 소수자를 공격하는 것은 위엄 있고 품격 있는 국가가 취할 정책이 결코 아니다.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젠더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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