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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큰 정부, 작은 정부

중앙일보 2010.09.18 00:14 종합 30면 지면보기
미국 재정적자는 고삐가 풀린 양상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해마다 1조 달러를 훨씬 웃돈다. 10년 전 5조~6조 달러 수준이던 나라 빚이 머지않아 20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이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내년이면 미 정부는 이자로만 2500억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대략 300조원인 내년 우리 정부 예산과 비슷한 규모다. 그래도 오바마 정부는 지출 확대 기조를 늦추지 않는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워낙 급해서다. 실제로 연방정부 채용 규모는 민간 부문과 달리 계속 증가 추세다. 특히 금융·교육·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역할은 확대 일로다.



이런 오바마의 큰 정부 주장엔 반론도 많다. 지난 일요일 워싱턴 기념탑 앞엔 티파티 지지자 수천 명이 모여 “오바마 탄핵, 작은 정부”를 외쳤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을 투입한 게 티파티 운동을 확산시킨 계기였다. 주로 ‘작은 정부, 낮은 세금’이란 피켓 시위를 벌이더니 이젠 연방정부 역할 규제 등으로 어젠다를 확장했다. 워싱턴 기념탑의 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총기를 든 채 “정부의 총기 간섭을 배제한다”고 외치는 시위대를 보고 으스스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주장들이 먹혀들어 티파티 지지를 받는 후보들은 엊그제 끝난 중간선거 예비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어떤 정부가 국가 경영에 이로운지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부실한 나라 살림은 국민을 지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존폐의 위기를 부른다.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 계층의 복지와 경제회복을 위해 나서다 보면 재정 규모는 커지고 조직과 인력은 늘어난다. 미국에선 지금 이런 논쟁이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얻어 중간선거 최대 이슈가 됐다. 이런 상태라면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은 2년 후 대선에서도 가장 큰 화두(話頭)가 될 게 틀림없다.



‘큰 정부, 작은 정부’ ‘국가 채무’ ‘지방 자치’ 논쟁은 우리에겐 외환 위기 이후 익숙했던 흘러간 이야기다. 하지만 쟁점은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 진행형의 최대 고민거리다. 예컨대 ‘작은 정부 큰 시장’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 초 구상이었다. 하지만 1급 이상 46명으로 출발한 청와대만 해도 이젠 1급 이상 61명으로 몸집이 크게 불었다. 방만한 재정 운영이나 준(準)조세 부담, 공공기관과 공기업 개혁은 현 정부가 마무리해야 할 큰 숙제다. 그럼에도 얼마 전 여의도에선 “국가 100년 대계(大計)”라며 떠들썩하게 추진되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핵심 내용이 모두 빠진 채 정치권서 마무리됐다.



미국 중간선거를 바라보면서 우리 선거판에도 이런 논쟁이 선거 이슈로 부각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국가도 경영을 잘못하면 파산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를 줄여야 살아 남는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야가 그런 논의를 자꾸 미루기만 한다면 결국 유권자가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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