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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노당, 떳떳하게 당원 명부 공개하라

중앙일보 2010.09.18 00:14 종합 30면 지면보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 사건은 하나의 매듭만 풀리면 유·무죄가 판가름 나는 단순한 사안이다.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의 민노당 당원 여부가 그 열쇠다. 당원으로서 당비를 냈다면 정치 중립성을 규정한 관련 법률에 저촉된다. 반면 당원이 아니면서 국회의원 개인 후원금이나 기관지 구독료를 냈다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이 어제 민노당에 전교조와 관련된 당원 명부(名簿) 제출을 명령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 273명은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 명목으로 1억여 원을 납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고 있다.



법원의 명령은 재판의 공정성과 수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사법절차라고 본다. “‘당원=정당 명부에 기재가 된 사람’이므로 당원 명부는 이 사건의 핵심 증거”라는 재판부의 판단은 당연하다. 특히 이 사안은 지역별로 진행 중인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징계 문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당원이 된 적도, 당비를 낸 적도 없다”는 전교조와 전공노의 도덕성이 걸린 문제다. 그런데도 민노당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원 명부 제출 요구를 거부했었다. 오히려 “정치탄압”이라며 명단과 기부 내역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드디스크 2개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민노당이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을 모를 리 없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과 배움터가 이념과 정치투쟁의 장(場)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법을 어겨가면서 교사·공무원을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불법 정치자금까지 받았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하려면 당원 명부를 스스로 공개하면 그만이다.



민노당은 선관위에 신고한 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관리하도록 한 현행 정치자금법을 인정한 공당(公黨)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 눈감았다면 그 법적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면 명부를 당당히 보여주면 된다. 특히나 민노당은 누구보다도 투명함과 떳떳함을 강조해 왔다. 무엇이 두려워 주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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