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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중부양’ 유죄, 폭력 국회 추방 계기 돼야

중앙일보 2010.09.18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기갑 민노당 의원에 대해 어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공무를 방해하고, 국회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때 책상 위에서 방방 뛰기도 해 ‘공중부양’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서 폭력행위를 반성하고, 이를 근절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국회의 의정질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국제적 망신은 물론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법은 있으나마나다. 대화와 타협이란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이나 다수결은 깡그리 무시된다. 자기 정파(政派)의 의견과 맞지 않으면 합법적인 절차를 외면하고 물리력 행사에 나서는 게 일상화돼 있다.



2008년 말에는 한·미 FTA를 반대한 야당의원들이 외무통일위 출입문을 해머로 부수고, 소화기를 터뜨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바람에 세계의 유력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 국회를 조롱하는 기사를 써 야만국가 취급을 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세계에서 가장 추(醜)한 의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선진국 어디를 둘러봐도 이와 조금이라도 닮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품위 없는 발언만 해도 등원(登院) 정지, 자격 박탈 같은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게 상식화돼 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고도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 여론이 들끓을 때만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묵살해 왔다. 국회 스스로 어느 한 사람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다. 이번 판결도 그렇지만 3권 분립이란 말이 무색하게 사법부에 떠넘겨 왔다. 국회의 요구로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려도 반성은커녕 앙앙불락(怏怏不樂)하며 정치쟁점으로 몰고 가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 어제 판결에 대해서도 강 의원은 물론 민노당 대변인 명의로 공식적으로 반발했다. ‘불공정한 정치판결’이란 것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했던 것조차 뒤집어 ‘소수의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소수가 있는 한 국회에서 무슨 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어제의 판결은 다수당에도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 강 의원에게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부끄러운 국회 역사에 기인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 토론 문화나 정당한 합리적 타협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18대 국회 전반기는 합리적인 설득과 타협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노력도 없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손쉬운 길을 선택해서는 폭력 의원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이제라도 국회의 의사절차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발언과 등원, 품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摘示)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징계 내용까지 붙여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언제까지 자신의 의정 질서마저 사법부에 기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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