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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상상력’으로 뿌리 내렸다 … 영원을 갈구하는 아소카의 나무

중앙일보 2010.09.18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최재은 ‘영원과 하루’, 일본 하라미술관 비디오 설치작업, 2010. [국제갤러리 제공]
최재은(57)씨는 자신을 설치미술가로 부르지 말고 조형작가라 칭해 달라 부탁한다. 쉽게 말해 늘 뭔가 만드는 사람이다. 1990년대에 했던 실험 작업들은 지금도 그 통큰 상상력으로 미술계에서 회자된다. 대나무 3000개를 서울 경동교회 옥상 위에 올려놓는다든지, 빈병 6만개를 빙 두른 높이 15m 유리 돔으로 대전 엑스포 재생조형관을 만든다든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군사분계선을 무대로 한 다큐드라마 ‘길 위에서’를 찍는 일 따위다.


도쿄 하라미술관서 초대전
설치미술가 최재은

76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그에게 일본이 95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 대표 작가 자리를 내준 건 파격이자 충격이었다. 그만큼 일본과 관련이 깊은 그에게 도쿄 하라 미술관(Hara Museum of Contemporary Art)이 한국 여성작가로는 처음 최씨를 초대해 개인전을 열고 있다. 9월 11일 개막해 12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아소카의 숲’전이다. 인도의 위대한 황제로 일컬어지는 아소카(Asoka)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 주제로 삼은 나무 이미지가 펼쳐진다. 불교를 전파한 아소카는 그의 왕국에 다섯 가지 나무를 심고 돌볼 것을 명했다고 한다. 질병 치유의 나무, 과일 나무, 땔감 나무, 집 목재용 나무, 꽃을 위한 나무인데 아소카는 그들은 ‘다섯 개의 작은 숲’이라 불렀다. 최씨는 이들 나무가 시간을 초월한 생명의 이미지이자 영원에 도달하려는 영혼들의 상징이라 본다. 그가 새롭게 탄생시킨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을 정화시키는 정신적 중재자로서의 나무가 떠오른다. 그것은 최재은이 조형한 오래된 미래의 나무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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