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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 남북 대화, 후 북미 접촉’

중앙일보 2010.09.11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선(先) 남북 대화 후(後) 북·미 접촉’ 방식으로 대북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과 밀접한 외교소식통이 10일 전했다. 소식통은 “백악관의 한반도 담당 관계자들이 최근 ‘이제 미국이 북한과 접촉해볼 때가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남북 간에 먼저 대화가 성사된 뒤 중·하위급 관리를 통해 북한과 접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대북 제재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OK 해야 북한과 대화 시작”

외교 소식통은 “이는 미국이 대북 대화 재개에 앞서 천안함 사건 피해자인 한국이 (미국의 대북 대화) 시점을 정하도록 배려한다는 의미”라며 “‘북한과 대화를 할 만한 상황’은 꼭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사과해야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남북이 접촉을 늘려나가는 가운데 한국이 ‘이 정도면 됐다’고 자연스럽게 결정하면 된다는 데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결국 일차적으로 한국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북한과 천안함 대치 국면을 끝내느냐에 달렸지만 본질적 문제는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남북 대화와 관계없이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을 원하고 있다”며 “미국이 남북 대화가 이뤄진 뒤 북한과 중·하위급 관리부터 접촉하면서 진정성을 판단하려 할 경우 북한은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를 꺼릴 수 있다”며 “따라서 당분간 북·미 접촉과 6자회담은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다음 주 초 방한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일행은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상황 판단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창조적 집단사고’ 차원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6자회담 당사국들과 깊숙한 협의 중”=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9일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서 “(현 상태에서) 어떤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모종의 화해 조치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당사국들에 이런 점을 매우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 행정부가 ‘다음 수순’과 관련해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과 깊숙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로 예정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한국·일본·중국 순방도 이런 협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캠벨 차관보의 이 발언은 ‘선 남북 대화-후 북·미 대화’란 천안함 출구전략의 수순을 확인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예전처럼 평양에 끌려다니는 식의 6자회담이 아닌 다른 구도의 6자회담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강찬호 기자

북한군 병사들이 9일 중국 국경과 인접한 신의주 압록강 지역에서 중국 관광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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