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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사실상 부활

중앙일보 2010.09.11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연간 14조원에 이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편성·조정권을 갖는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바뀐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10일 국회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국과위를 방송통신위·공정거래위와 같은 ‘중앙행정기관형 행정위원회’로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과학기술부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장관급 ‘상설 위원회’ 만들어 과학정책 총괄
기획재정부 R&D 예산 편성·조정권도 가져와

당정이 확정한 ‘R&D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은 현재 민간 과학기술정책 자문기구 성격인 국과위를 직원 150명 규모의 독립된 행정부처 성격(행정위원회)으로 바꾸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과위가 R&D예산의 편성·조정권을 갖게 되고, 과학기술 관련 법률 제안권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성과관리 기능도 보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가 해체된 뒤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산(2010년 13조7000억원)의 편성·조정권은 대부분 국과위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박영아(한나라당·송파갑) 의원은 “이번 안은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과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gang.co.kr



국가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 재탄생





‘과기부 사실상 부활’ 의미

당정 협의에 10일 올라온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정부안은 꽤 혁신적인 내용을 담았다. 기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대통령, 이하 국과위)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대수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안을 접한 과학기술계 표정을 보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다. 국과위의 위상 강화는 바라지 않지만 출연 연구기관 대수술은 많은 고통과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과위를 상설기구로 만들고 예산 편성과 배분·조정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래 숙원이었다. 국가 연구개발(R&D) 발전 방향과 세부 조율까지 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가 되는 것이다. ‘종이 호랑이’나 다름 없는 현 국과위의 위상을 대폭 높였다. 극히 이상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 R&D의 중심축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컨트롤 타워 격인 과학기술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져 과학 정책은 대학 입시나 사교육 대책 같은 교육 현안에 밀리기 일쑤였다. 더욱이 부처마다 제각각 R&D 계획을 세워 추진해 중복과 낭비 우려를 낳았다. 명목상 과학계의 최고 의결기구인 국과위는 ‘통과위’로 전락했다. 상설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비상설기구로 격하됐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국과위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안을 들고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박영아(한나라당) 의원은 당정 협의 과정에서 국과위 기능을 정부안보다 더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국과위 상설기구의 위원장을 장관급 이상인 부총리급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부처 장관에게 휘둘리지 않고 약 14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비를 제대로 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국과위 위상 강화와 달리 정부 출연 연구기관 구조조정은 많은 반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에 따르면 26개 이공계 출연 연구기관의 개별 법인을 해체해 하나로 통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통합법인으로 국가연구개발원(가칭)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유서 깊은 국책연구원들은 독자 간판을 내리고 국가연구개발원의 일개 조직으로 편입된다. 이에 대해 당정 협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도 속도 조절이나 다른 방법을 요청했다. 서상기(한나라당) 의원은 연구소 통폐합은 새로 선출될 위원장이 좋은 안을 마련해 추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아 의원도 “연구소 통폐합은 문제점을 보완한 뒤 하고, 국과위 위상 강화부터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소 통폐합에 대해서는 연구원 종사자들의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수십 년 쌓아온 연구소 브랜드 가치와 노하우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성과가 저조한 연구인력이나 중복 행정지원 인력을 줄여 연구기관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연구소로서는 통폐합할 경우 이래저래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연구소 대수술 방침은 조용히 추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과위 기능 강화안 중 정부 R&D 예산 편성권을 기획재정부로부터 가져오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재정부가 고유권한인 정부 예산 편성권을 쉽사리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번 정부안이 확정 시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과학기술기본법·정부조직법 등 대여섯 가지의 법을 개정하고, 이 과정에서 부처 간 협조가 원만하게 이뤄져야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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