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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 통일기금 적립 실천할 때’… 정부·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2010.09.11 01:56 종합 2면 지면보기
한나라 “통일기금법 입법” 민주당 “시의적절한 의제”

여야, 법안 마련 의견 접근
 



여야는 중앙일보의 ‘예산 1% 통일기금 적립 실천할 때’ 기획 시리즈에 대해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은 야당과 협의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일기금법을 입법화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0일 “중앙일보의 제안대로 매년 사용하고 남는 남북협력기금의 불용액을 적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통일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제안한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전년도 내국세 총액의 1%를 적립하는 내용의 통일기금법을 국회에 제출한 정 부의장은 이날 “중앙일보가 2002년부터 ‘예산의 1%를 대북 지원에 쓰자’고 한 데 공감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다가 통일기금법을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장 통일세를 신설해 국민의 조세 저항을 초래하는 것보다 한 해 예산의 0.5% 수준인 내국세 1%(1조3000억~1조5000억원)를 적립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통일기금 사용 시점’에 대해 “중앙일보의 제안대로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 ‘1국가 1정부’가 되는 완전한 통합 이전 단계에서도 통일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안 심의 단계에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강조하는 통일 이전 단계의 대북 투자에 대해 신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장기적인 통일기금 마련 논의는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현 정부가 최소한의 남북 교류를 지원하는 남북협력기금조차 존폐를 따지고 드는 상황에서 중앙일보가 통일기금을 마련하자는 의제를 던진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통일기금 법안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통일을 위한 것인 만큼 논의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통일기금을 논의하되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 정책위의장은 “흡수 통일이 아닌 이상 남북이 대화·협력 단계를 거쳐야 통일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실천이 가능한 교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때 대북 특사로 활동했던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도 “중앙일보가 김대중 정부 시절 예산 1%를 북한 지원에 쓰자고 제안했을 때 굉장한 국민적 호응이 있었다”며 “지금도 미래 통일을 대비한 예산 적립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전에 남북 교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으면 장기적인 통일기금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만이 아닌 그전 단계의 남북 협력사업에도 통일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청와대 “통일 대비 바람직한 제언” 통일부 로드맵 만들어 시행

정부 후속조치도 빨라져




정부는 본지의 ‘예산 1% 통일기금 적립 실천할 때’ 기획 시리즈를 통일재원 마련 공론화의 계기로 삼으면서 후속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청와대=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통일기금 조성 제안은 통일 한국을 대비하는 바람직한 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도입 논의를 사회 각계각층에 제안했던 것도 통일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며 “이번 기획기사가 바로 이런 점을 잘 지적해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도 “중앙일보의 제안을 계기로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 커지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통일기금의 형태나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는 “통일비용에 대한 정확한 예상치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와대는 당분간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통일비용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본지 기획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통일정책실의 한 간부는 “현시점에서 공론화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부각한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실무라인의 관계자도 “정계와 학계·연구소는 물론 민간·종교단체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한 기획”이라며 “특히 재원 조달 방법 등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장단점을 균형 있게 제시해 준 대목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일비용 문제를 언급한 이후 ‘통일세 추진단’을 만든 통일부는 향후 전문가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반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본지 기획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고 “중앙일보가 제안한 내용을 정책 담당자와 직원들이 숙지해 통일비용 논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통일비용 공론화 과정이 균형 있게 잘 되도록 추진단 중심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실행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전했다.



◆기획재정부=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본지가 ‘통일세’ 대신 ‘통일 재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원한 재정부 간부는 “국민의 반발이나 거부감이 강한 통일세보다는 그렇지 않은 통일기금 조성을 매개로 통일이나 통일비용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본격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통일 재원 마련 문제보다는 통일 방법·시나리오·속도 문제·비용 추계 등의 논의가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이 통일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기꺼이 돈을 부담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만 돼 있다면 나머지는 방법론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수석 재정부 남북경제과장은 “통일세는 여러 통일재원 가운데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허귀식·이영종·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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