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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크레믈린 대화채널 구축 합의…천안함 문제는 원론적인 대화만 나눠

중앙일보 2010.09.11 01:49 종합 4면 지면보기
10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야로슬라블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의 주된 이슈는 한반도 안보 문제와 경제협력 문제였다.


한·러시아 정상회담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6자회담이 재개되면 성과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 “남북 문제에 관한 당사자들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경제·민족공동체 등 8·15 경축사에서 밝힌 통일방안을 설명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역량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 청와대와 크렘린 외교안보 관계자들 간의 ‘수시 전략 대화채널’을 구축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대신 관심을 모았던 천안함 사건 관련 대화는 원론적 수준으로만 오갔다.



그동안 국내 일부 언론은 “천안함 문제에 대한 러시아 자체 조사 결과가 한국의 조사와 다르다”거나 “러시아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해 폭발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보도해 왔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미국 언론에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이유는 이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난처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글을 기고한 것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관심이 고조됐지만, 이 대통령이 “G8 정상회의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협조한 데 대해 평가한다”고 말하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수준의 대화만 오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정적으로 한국의 손을 들어 주거나, 그렇다고 북한을 두둔할 수 없는 러시아의 난처한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상이 천안함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자제한 것 같다”는 관측들이 나왔다.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두 정상은 합의했다.



◆가스 도입 방식 11월까지 결정=경제협력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국의 러시아 가스 도입 방식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매듭짓자”고 합의했다. 두 정상은 2008년 정상회담에서 2015년부터 30년 동안 연간 750만t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이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초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 운송 방식(PNG)을 검토했지만, 이는 남북 관계 경색으로 추진이 어렵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11월까지는 PNG를 그대로 밀어붙일지, 아니면 배를 통해 운송되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압축천연가스(CNG)로 할지 등을 결정키로 한 것이다.



◆MB, 러시아에서도 공정사회 강조=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야로슬라블 글로벌 정책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 포럼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난해 창설한 정책포럼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화두로 내건 ‘공정한 사회’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균등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며 “경쟁을 통해 사회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사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실천적 인프라”라고 규정했다.



야로슬라블=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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