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일기] 전사자는 훈장, 산 사람은 죄인 …‘천안함의 역설’

중앙일보 2010.09.11 01:43 종합 6면 지면보기
“생자유죄(生者有罪), 망자유공(亡者有功).” 요즘 군내에서 천안함 사건 처리를 두고 나도는 말이다. 산 사람은 죄인 취급을 받고 전사자는 무공훈장을 받은 것을 빗댄 조어다. 지난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천안함이 두 동강 나면서 함수에 탄 58명은 구조됐지만 함미에 있었던 46명은 모두 산화했다. 불과 1∼2초 순간의 일이다. 당시 운명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천안함 안에서의 위치가 삶과 죽음을 갈라놓았다. 정부는 유명을 달리한 승조원에게는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생존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원일 당시 천안함 함장이 형사입건되면서 나머지 생존 승조원도 죄인 아닌 죄인이 됐다.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 함장은 사건이 정리되면 ‘이민을 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으로 잠도 이루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천안함 생존장병 신은총(24) 하사의 아버지 신원향(57)씨가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최 전 함장과 군 지휘부 3명이 형사입건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 9월 10일자 2면>



군 검찰이 이들을 형사입건한 근거는 경계작전 소홀에 의한 근무 태만과 허위보고 등이라고 한다. 북한 잠수함(정)의 공격이 예상되는 해역에서 경계를 소홀했고, 어뢰에 피격된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정)의 어뢰 공격 정보는 정보본부 등 상급부대가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정보는 없었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북한이 어뢰로 우리 함정을 공격한 사례도 없다. 피폭의 책임을 천안함 함장이나 그 상부라인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상황에서 보고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시 최 함장은 “함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민·군 합동조사단도 어뢰로 결론 내는데 두 달이나 걸렸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무장공비가 침투한 상황에서 초병이 졸았다면 당연히 형사처벌감이다. 그러나 강릉무장공비 사건(1996), 동해 잠수정 침투 사건(1998), 북한군의 전방 사단 철책 통과 사건(2005) 등에선 지휘관을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지휘관의 재량권을 감안한 것이다. 최 함장은 함수가 물속에 뒤집어진 상황에서도 58명을 구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왜 하지 않는지도 궁금하다. 엄정한 법적 판단과 더불어 급박한 상황과 형평성에 대한 고려도 군 검찰에 기대해 본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