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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뒤흔든 ‘4억녀’… 케이블방송 조작 논란

중앙일보 2010.09.11 01:03 종합 20면 지면보기
‘4억 명품녀’로 김모(24·여)씨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시가 3억원짜리 핑크 벤틀리 스포츠카(위)와 김씨가 수집했다고 주장한 수천만원대 명품 가방들(아래). [케이블 방송 엠넷 촬영]
한 케이블 채널의 방송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명품 수집벽이 있다는 이른바 ‘4억 명품녀’ 얘기다. 방송이 나가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확산됐다. 그러자 이 문제가 국회에서 언급됐고, 국세청이 세무조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방송 조작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방송에 나와 “부모님 용돈 받아 몸에 걸친 것만 4억” 자랑
국세청 홈피에 분노의 글 200여 건 … 국회서도 “조사하라”
“대본대로 읽어” 주장 나와 … 담당PD “명품 사진은 본인 셀카”

지난 7일 케이블채널 엠넷(Mnet)은 ‘텐트인더시티’ 프로그램에 부유층 부모를 뒀다는 김모(24·여)씨의 이야기를 내보냈다. 20대 여성의 명품 문화를 소개하면서 일반인인 김씨가 등장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지금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합치면 4억원이 넘는다. 특별한 직업은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씨는 2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키티 목걸이, 3000만원대 후반의 버킨백(에르메스), 700만원 상당의 재킷을 착용하고 있었다. 타조 가죽 소재로 된 버킨백은 에르메스 가방 중에서도 최고가다. 최하 1500만원에서 4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가 부모에게 받은 가장 비싼 선물(3억원 상당)은 힐튼호텔 상속자인 패리스 힐튼이 타는 분홍색 벤틀리 스포츠카였다. 방송 직후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집중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미니 홈피에 “에라이 실컷들 나불대라. 난 내일 롯본기힐즈(일본의 명품매장 밀집 번화가)나 가서 실컷 놀다 올 거다.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의 준말)들 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나니까”라는 글을 올려 맞대응했다.



이러자 국세청 고충민원 게시판에는 김씨의 불법증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200건 이상 올라왔다. “아무리 부자라도 초고가 명품을 수십 개씩 용돈으로 사고, 수억원의 선물을 준다는 건 불법 증여 아닌가. 세무조사가 필요하다. 이는 열등감의 문제가 아닌 합법과 불법의 문제다”라는 주장이었다. 국회에서도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자녀에 대한 증여는 미성년자의 경우 1500만원, 20세 이상은 3000만원 이상이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방송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조사가 필요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방송내용 허위 가능성=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부른 방송 내용은 대부분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씨의 부모는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혼이 아니라 기혼자이며 남편 역시 봉급생활자로 부유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밝힌 대로 논현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남편 이름으로 등기된 집도 연립주택으로 호화스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방송에서 자랑한 ‘3억원짜리 고급 승용차’도 김씨 명의로 소유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방송 이후 주변 인사에게 “방송사가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엠넷의 민정식 총괄 PD는 “김씨를 섭외한 뒤 그가 주장하는 대로 방송을 제작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명품들도 김씨가 직접 ‘셀프 카메라’로 찍어 보내온 것”이라며 “우리가 김씨에게 방송 대본을 써서 읽으라고 준 적도 없다”고 방송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포털 등에 “명품녀가 가짜라면 한국 사회가 과장 방송과 거짓말에 놀아난 꼴”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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