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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지원 전 중산층 확대 … 화려한 처방, 특효약은 없어

중앙일보 2010.09.11 00:49 종합 21면 지면보기
2012년부터 만 5세 이하의 아동 보육료 지원 대상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아동을 학대한 부모의 친권(親權)이 제한된다. 또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되고, 남성에게 5일간 유급 출산휴가가 보장된다.


[뉴스분석] 저출산·고령화 2차 대책 공개

정부는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 시안을 공개했다. 이 안은 14일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된다. 최원영 보건복지부 차관은 “1차 계획(2006~2010년)은 저소득층 보육 위주로 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50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출산·보육 지원=0~4세의 첫째 아동 보육료 전액 지원 대상이 올해 소득 하위 50%(기준소득 월 258만원)에서 내년에 60%, 2012년에 70%(월 436만원)로 올라간다. 내년과 2012년에 각각 12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월 지원금은 17만2000(4~5세)~38만원(0세)이다. 부모의 소득을 산정할 때 지금은 부부 소득 중 낮은 사람에게서 25%를 감액하는데 내년부터 양쪽을 합한 금액에서 25%를 빼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1만 명이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아동 학대 예방 조치도 크게 강화된다. 부모한테 폭행당한 아동을 6개월~1년 동안 임시시설에 보호할 때 부모와 완전 격리하기 위해 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을 내년 중 개정해 시행한다.



자녀를 키우는 직장 여성에게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할 권한이 주어진다. 근로자가 청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업주는 허용해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도 월 50만원에서 출산 전 통상 임금의 40%, 최고 100만원으로 바뀐다.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이나 기관의 명단을 공표한다.



저출산에 비해 고령화 대책은 미흡한 편이다. 퇴직연금 불입액의 소득공제 한도액을 현행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한다. 정년 연장 장려금을 정년을 폐지하는 경우에도 지급한다. 내년부터 농촌 노인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농지를 담보로 연금제도를 도입한다. 2012년 75세 이상 노인의 틀니, 2011년 골다공증 치료제, 2013년 골관절염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문제점=여느 종합선물세트가 그렇듯 가짓수(227개)는 많지만 딱히 손이 가는 게 없다. 웬만한 것은 1차 대책에 다 들어갔던 것들이다. 지난 5년간 43조원을 들였지만 출산율은 끄떡 없다(2006년 1.12명, 2009년 1.15명). 이러다 보니 이번 대책에 새로운 게 그리 많지 않다. 기존 제도의 확대판이거나 이미 발표한 것을 끼워 넣은 것들이 많다. 예산 계획도 확정되지 않았고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거의 없다.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의 보육료 지원 등 돈이 많이 드는 것은 빠졌다. 맞벌이 부부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전업주부 대책이 소홀하다는 비판도 많다.



둘째 자녀 고교 수업료 지원 같은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네티즌 최회진씨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원받자고 둘째를 낳아 16년을 기다려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설치 기준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는 비판에는 눈을 감았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못지않게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 상당수 직장 여성이 회사나 상사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가지 못하거나 몇 개월밖에 못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육아휴직 급여 대폭 인상,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화 등은 기업의 인력 운영을 제약하고 고용보험 적자를 심화할 것”이라며 “일부 대책이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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