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Insight]『디테일의 힘』 저자 왕중추

중앙일보 2010.09.11 00:16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한 중국 기업이 유럽으로 냉동새우 1000t을 수출했다. 통관 절차를 밟던 중 이물질이 발견됐다. 0.2g의 항생제가 문제였다. 새우를 손질하던 직원의 손에 묻어 있던 약이 섞여 들어갔던 것이다. 결국 이 새우는 전량 폐기됐다. 0.2g이 50억 배에 달하는 1000t 물량의 수출을 망친 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경영서인 『디테일의 힘(원제·細節決定成敗)』의 저자 왕중추(汪中求·47)는 그 원인을 ‘디테일(Detail)’에서 찾는다. 세심함이 결여된다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는 ‘100-1=0’이라는 명쾌한 논리로 이를 설명했다.


세상의 큰 일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
노자의 말처럼, 디테일로 승부하라

글=한우덕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중국은 ‘디테일’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흔히 쓰이는 ‘메이관시(沒關系·적당히 해, 상관없어)’ ‘차부둬(差不多·별 차이 없어)’ 등의 말이 대변한다. 지난 30년 중국경제의 성장도 디테일이 아닌 규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중국에서 400만 부가 팔렸다. 해적판을 포함하면 1000만 권은 팔렸을 것이라는 게 그의 추산이다. 그는 요즘 기업·관공서·대학 등을 돌며 강연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예 컨설팅회사인 ‘왕중추디테일관리자문’을 차려 강사 겸 컨설턴트로 뛰고 있다. 그가 6일 서울을 방문했다. 역시 강연을 위해서다. 숙소인 서울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그를 만나 중국 기업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스타 강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 시간에 1만 위안(약 175만원) 정도 받는다. ‘디테일’ 책 출판 이후 지난 6년여 동안 약 650회 강연을 했다. 1년 100회, 1주일에 2번 한 셈이다. 한 번 나가면 5~6시간 정도 강연하고, 6만 위안(약 1000만원)을 받는다. 중국에서도 요즘 직장인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나로서는 특수를 누리는 기분이다.”



● 실제로 ‘디테일’이 중국을 바꾸었는가.



“최근 중국에 갔었다면 공항 통관검색대에 설치된 ‘서비스 버튼’을 봤을 것이다. 출입국관리 직원의 서비스에 흡족했다면 ‘아주 만족(非常滿意)’ 버튼을, 만족스럽지 않다면 ‘불만족(不滿意)’ 버튼을 누르게 돼 있다. 직원의 출입국 서비스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응답 결과가 그들의 승진과 임금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출입국관리 직원은 무뚝뚝하기로 유명하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고, 많이 친절해졌다. ‘디테일 경영’이란 그런 것이다. 작은 일 하나하나를 시스템 속으로 끌어들여 제도화하는 것이다. 중국 은행에도 이제 번호표가 도입되고 있다. 역시 디테일을 시스템화한 것이다. 시스템화되지 않는 디테일은 그냥 ‘쪼가리’일 뿐이다. 공항의 ‘서비스 버튼’, 은행의 번호표 등이 내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더 즐겁다.”



● 무한경쟁의 시대, 기업의 디테일 전략은.



“‘집에 물이 새는 것을 아는 자는 집 안에 있고, 정치 난맥상을 아는 자는 초야에 있다(知屋漏者在宇下, 知政失者在草野).’ 그렇다면 기업에 문제가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겠는가. 시장에 있다. 기업이 도태되는 이유는 경쟁업체가 아닌 고객에게 있다. 고객이 그 기업을 버렸기 때문에 퇴출된 것이다. 고객의 요구는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디테일하지 못한 제품, 디테일에 무심한 회사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디테일하지 않은 개인도 퇴출될 것이다.”



● 중국 기업인은 요즘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기업인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공산혁명 시기에는 사회주의가 중국을 구했다(社會主義救中國). 개혁·개방이 추진된 이후에는 자본주의가 중국을 살렸다(資本主義救中國). 공산권이 몰락하던 1980년대 말 중국은 사회주의를 지켜냈다(中國救社會主義).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중국은 자본주의를 구했다(中國救資本主義)’. 우스개지만 중국 기업인의 생각을 잘 표현한 말이다. 그들은 지금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미국을 넘어서려는 기세다.”



● 어떤 변화가 오고 있는가.



“그들은 해법을 인문(人文)에서 찾는다. 중국 기업인들은 금융위기 이후 서방 경영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30년 동안 서방 기업을 배우려고 노력했던 그들이 중국의 문화와 전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CEO가 중국 철학이나 문학, 역사 등과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유가·도가 등의 중국 철학을 현대 기업경영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최근 충칭(重慶)의 한 도교 사당에서 9일 동안이나 수련을 했다. 기업경영의 엔진을 전통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다.”



● 중국 전통문화에서 어떤 경영학적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나의 트레이드마크인 ‘디테일’도 사실 중국 전통에서 끌어낸 것이다. 유가 문헌인 『상서·여오(尙書·旅獒)』에 이런 말이 나온다. ‘조그만 일이라도 신중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 아홉 길 산을 만들면서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면 공이 무너진다(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4EDE>, 公虧一<7C23>)’.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만들어지며,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만들어진다(天下難事, 必作于易, 天下大事, 必作于細)’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구절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런 것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동양의 철학적 깊이는 절대로 서양보다 얕지 않다.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하다. 중국 기업인들이 철학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래서 현대 기업경영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왕 회장은 ‘개인적으로 노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논어』 『맹자』 『도덕경』 등 중국 고전을 인용했다.)



● 그렇다고 중국 전통사상이 현대 경영학을 대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한 얘기다. 서양 학문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 조직관리·재무관리·마케팅 기법 등이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흐름은 경영학 콘텐트를 다른 곳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중국에 ‘경영학’은 없었지만 ‘경영’은 있었다. 서구와 연구 방법과 대상이 달랐을 뿐이다. 동양의 경영은 사물에 치중한 서양과는 달리 ‘인간’에 초점을 뒀다. 인성이나 사유, 철학, 예절 등에 관심이 많았다. 잘 활용하면 서양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훌륭한 경영학 콘텐트가 될 것이다. 기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 G2(미국·중국) 시대다. 중국 기업들이 과연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가.



“택도 없는 소리다. 중국은 여전히 규모에 의존하고, 저임 노동력에 기대야 하는 나라다. 잘나간다는 IT전문기업인 레노버나 가전업체인 하이얼조차 기술력이 턱없이 뒤진다. 다만 중국 기업인들에게는 두 가지 덕목이 있다. 하나는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츠쿠(吃苦)정신이다. 그들은 조그만 이익에도 기꺼이 사업에 뛰어든다. ‘돈은 귀신으로 하여금 맷돌을 돌리게 한다(錢能使鬼推磨)’는 게 중국인들의 금전관이다. 이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고가 어디에 있겠는가. 중국 경영인의 더 중요한 특징으로는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의 것을 모방하고 배우는 데 창피해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짝퉁’이라고 비하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학습의 한 과정일 뿐이다. 모방 없이 일류 반열에 오른 회사가 어디에 있는가. 중국 경영인들은 지금 기술을 배우고, 경영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창신(創新)하고 있다. 그게 오늘의 중국기업을 만들었고, 내일 중국기업을 강하게 할 요소다.”



● ‘디테일’ 측면에서 볼 때 한국, 한국 기업은 어느 수준에 있는가?



“쓰레기 처리는 발전 단계에 따라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단계는 아무 데나 버리는 수준이다. 중국의 많은 농촌이 그렇다. 다음은 한 군데에 쌓아두는 단계다. 대다수의 중국 도시가 그렇다. 제3단계는 분류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가연성·불가연성·병·깡통 등으로 나눠 버린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디테일 관리’가 바로 제4단계다. 이 나라에서는 한 번 분류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세심하게 분류할 수 없을 때까지 나눠 버린다. 가령 우유병을 버린다면 병은 ‘병’통에, 마개는 ‘플라스틱’통에, 병에 붙었던 상표는 ‘가연성 쓰레기’통에 버리는 식이다. 한국은 어떤 단계인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왕중추는



1963년 중국 장시(江西)성 주장(九江) 출신.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남부 지방을 돌며 개방을 역설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듣고 기업에 투신했다. 선전의 기업체 영업직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정보기술(IT) 회사 임원, 화학회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대표작인 『디테일이 성패를 결정한다(細節決定成敗)』 외에 7권의 경영서적을 출판했다. 이 책은 ‘디테일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출판돼 약 30만 부가 팔렸다. 컨설팅회사인 ‘왕중추디테일관리자문’을 설립해 최고경영자(CEO) 겸 수석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칵테일 >> 중국서 400만 권 판매



중국에서도 경영학 분야 서적이 인기다. 100만 권이 넘는 밀리언셀러도 3권이나 된다.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대표작인 『디테일의 힘』(중국어판 제목 : 디테일이 성패를 결정한다)으로 무려 400만 권 이상 팔렸다. 이 밖에 청쥔이(成君億)가 쓴 『수이주싼궈(水煮三國)』 역시 인기를 끌었다. 『삼국지』를 현대 기업의 시각에서 풀어낸 것으로 유비·조조·제갈량 등 삼국지 인물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했다. 국내에는 『유비처럼 경영하고 제갈량처럼 마케팅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해방군에게서 배운다(向解放軍學習)』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조직 구성 등을 통해 경영기법을 추출하고 있다. 대표적 기술기업인 화웨이(華爲)·레노버·하이얼 등 기업의 총수가 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를 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