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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오천년, 우리 밥상 문화의 모든 것

중앙일보 2010.09.11 00:09 종합 23면 지면보기
식전

장인용 지음

뿌리와이파리

364쪽, 1만8000원




우리말을 가멸차게 갈고 닦는 이를 시인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 음식을 가다듬고 풍부하게 하는 이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저자는 수년간 과학 관련 책을 펴낸 ‘출판쟁이’다. 딱히 음식과 관련된 직업도 아닌데, 우리 음식과 맛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줄줄 늘어놓는다.



이 책은 그 결정판이다. 한민족의 반백년 음식 문화사를 세계사에 잇대어 흥미롭게 풀어놨다. 매일 마주하는 밥상 속 이야기를 꼼꼼히 채집했다. 해서 제목이 ‘식전(食傳)’이다. 음식들의 전기란 얘기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섭렵해 우리 음식의 역사적·문화적 자산을 부풀렸다. 우리 음식을 가다듬고 풍부하게 하는 이, 그래 그를 ‘밥상 시인’이라 부르자.



밥상 시인의 첫 질문은 제법 도발적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 것인가.’ 우리 음식 하면 떠오르는 된장찌개·배추김치 등에 숨은 진실을 캐묻는다. 멸치로 국물을 내고, 호박·고추·감자 등을 송송 썰어 넣어 끓여낸 된장찌개. 200~300년 전 우리 조상도 지금과 같은 찌개를 먹었을까.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유입됐고, 호박은 18세기, 감자는 19세기가 돼서야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해서 우리 조상들은 별 재료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뻑뻑한 강된장을 즐겨 먹었단다. 된장찌개 한 그릇에도 역사의 향기가 짙게 배어난다.



배추김치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는 보통 배추김치를 뜻한다. 한데, 배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건 고작 100년밖에 안 됐다. 그 이전엔 깍두기나 나박김치 형태로 김치가 존재했다. 저자는 “음식에선 재료보다 조합과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한국인의 밥상 문화 오천년을 되짚는다. 곡식부터 고기·생선·간장·나물·숟가락과 젓가락까지 밥상에 오르는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식생활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천해왔다. “몽골 침략과 일제 침략조차 밥상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일평생 한 사람이 먹는 식사량은 약 26톤. 그 숱한 음식들이 오르내렸을 밥상의 역사가 흥미롭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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