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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삶을 배려하는 도시 공공디자인돼야

중앙일보 2010.09.11 00:08 종합 33면 지면보기
도시·교통·건축·공공디자인 분야의 이용자 편익 증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노인과 장애인 인구의 증가와 국제화로 인한 외국인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의해 탄생한 디자인 개념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보편적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는 ‘장애의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상품·건축·환경·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기본이다. 이는 현대 도시 공공디자인에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포함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누구라도 차별감이나 불안감·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평하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 도로·공원·계단·공중화장실 등 각종 공공 시설물을 설치할 때 장애가 있든 없든, 노약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문을 열 때 쥐는 힘이 약한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해 레버식 문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누구나 직감적으로 사용방법을 간단히 알 수 있도록 간결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가 지하공간 속에서 종종 길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안내지도를 찾아 겨우 지상공간으로 나왔더니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이어서 낭패를 당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간단한 그림이나 색깔로 길을 직관적으로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셋째, 다양한 그림·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 우리의 도시 환경·디자인 문제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난립한 간판이다. 지나치게 크고 색깔이 현란해 도시 미관을 떨어뜨리고 있다. 간판 크기는 줄이되 보행자의 눈에는 더 잘 띄게 그림과 언어가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골자다. 눈높이에서 15도 정도 각도일 때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 색(色)도 건물색과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 소음과 경적 소리를 막기 위해 도로변 아파트에 방음벽을 높이 설치할 경우 아름다운 덩굴이 이를 감싸게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자칫 칙칙할 수 있는 마을 담벼락에 동심과 즐거운 상상력이 어우러진 그림을 그려 마을은 물론 도시 전체를 기분 좋은 변화로 이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에서 우리 생활을 배려하는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생각을 옮겨볼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경기디자인 페스티벌 2010’은 바로 우리 주변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다. 정책 입안자와 디자이너들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디자인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최령 (사)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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