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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힘으로 마구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서울시의회

중앙일보 2010.09.11 00:06 종합 34면 지면보기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요즘 권력의 단맛에 단단히 빠져 있는 듯하다. 6·2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더니 어제는 서울광장의 신고제 전환을 끝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시민의 문화공간을 사실상 정치집회장으로 내주는데도 단 한 번의 공청회나 토론회조차 없이 말이다. 반대여론은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민주당 시의원들이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백억원의 혈세(血稅)를 허공에 날려보낼 기세다. 이들은 이미 145억원이 투입된 양화대교 공사를 전면 중단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아예 그동안 지어놓았던 구조물을 철거하고 원상태로 되돌려 놓으라고 주장한다.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는 중앙부 2개 교각을 들어내 그 사이 거리를 늘리고 대형 선박이 다니도록 아치교량을 새로 설치하는 사업이다. 올 2월 착수됐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6월부터 중단됐다. 201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책정한 총 사업비 415억원 중 145억원이 들어갔다. 원상태로 만들려면 철거비를 포함해 모두 160억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판이다. 지금도 장비·인력 비용으로 매일 17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 책임져야 할 심각한 범법행위와 다름없지 않은가.



이런 엄청난 돈 문제가 걸렸는데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추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둘러댄다. 속내는 정부의 서해 뱃길 사업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경인아라뱃길사업은 내년 9월까지 마무리된다. 서해에서 한강까지 총 18㎞를 잇는 뱃길이 열리면 여기를 오가는 선박이 증가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양화대교 공사는 이 뱃길의 효과를 확대시켜 한강에 5000t급 크루즈선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할 게 틀림없다. 민주당의 대응이 다분히 정략적이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이유다.



지금 민주당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만큼 민의(民意)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큰 착각(錯覺)이다. 시의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어준 것은 건전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라는 뜻이었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양 날개가 돼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함께 펼치라는 주문이었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이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어깃장을 놓으라고 권한을 위임한 게 아니다.



시의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시의 예산 편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삭감하거나 다른 부문 예산으로 바꿀 수 있다.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고서는 각종 사업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는 정치이기에 앞서 행정이다. 행정은 일관성과 안정성이 생명이다. 이념적 색깔을 빼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이나 의회 다수당이 바뀌었다고 그동안의 행정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될 순 없다. 균형감각을 잃은 집단에선 브레이크 고장난 차량처럼 일방논리만 판친다.



‘다수 횡포’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민주당 시의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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