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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미 중간선거 결과, 한·미 관계에 득 될까

중앙일보 2010.09.11 00:05 종합 35면 지면보기
최근 노동절 휴가를 다녀온 미국인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점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접했다. 지난 수년간 민주당이 훨씬 우세했던 포괄적 지지율에서 이제 양당은 얼추 대등한 수준이 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하원은 물론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아직 추측에 불과하긴 하지만 집권 여당이 50년 만에 맞은 최악의 중간선거 여론조사 결과라 할 만하다.



물론 이번 선거는 한·미 관계나 외교정책에 관한 게 아니다. 일자리의 부족,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후 재정난의 심화와 연방정부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핵심 이슈다. 하지만 상·하원의 지도부가 교체된다는 건 한·미 관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긍정적 영향을 줄지도 모를 분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까지 한·미 FTA를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을 때 10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공화당 의원들이 자유무역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입장이므로 오바마 대통령이 기꺼이 협력할 자세를 보이면 한·미 FTA를 통과시키기에 충분한 의원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례가 있기도 하다. 1992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보호무역주의와 시장 개입을 강화하는 경제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점령한 뒤 클린턴 정부의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백악관의 경제정책 기조를 재고할 것을 강요했다. 결국 클린턴은 이전 조지 H W 부시 정권이 추진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내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공화당 의원들과 기꺼이 협력하면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에 똑같은 행보를 취할 거란 예측이 있다. 그는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해법으로 무역 증진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들도 있다. 우선 클린턴은 보수적인 남부의 주지사 출신이라 원만한 행정을 위해 공화당과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본거지인 시카고 출신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굳이 일할 필요가 없었다. 또 반대와 견제를 무기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거두고 나면 공화당 지도부가 비록 자신들이 동의하는 어젠다일지라도 대통령을 계속 방해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힘을 빼놓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으론 대(對)북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완고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그보단 남북대화 재개를 우선시한다. 또 북한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온 각종 제재와 방어적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완화시키는 걸로 해석되는 것도 경계한다.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가 되면 이런 강경 노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하원의 에드 로이스 의원이나 상원의 존 매케인 의원 같은 이들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한 협상 전략을 살펴본 뒤 만약 한국보다 너무 앞서가거나 방어적 조치를 완화하려는 징후가 있으면 거센 비판에 나설 것이다. 청문회를 열어 국무부의 해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의회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여파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의회를 상대하는 데 10~20%의 업무 시간을 썼던 부시 행정부의 고위 외교관료들은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 뒤엔 적대적 질문들을 처리하느라 40%의 시간을 써야 했다. 그로 인해 외교정책에 대한 정부의 보폭이 좁아졌다. 또 마지막 2년 임기 동안 부시 정부가 몇몇 외교적 이슈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어 북한과 중동 관련 정책이 급격히 달라지게 됐다.



한편 중간선거 결과가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놓고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나는 양당의 고위 정치고문들이 연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흥미롭게도 공화당 측은 중간선거 승리가 대선에선 공화당에 해를 끼칠 거라고 봤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노선을 벗어나 중도 쪽으로 이동케 함으로써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거다. 반면 민주당 쪽 사람들은 다른 소리를 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오바마가 임기 중 어떤 일도 마무리 짓지 못해 대선에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계에서 흔히 말하듯 한 발 앞은 캄캄한 암흑이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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