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⑦ 대통령·교육감 바뀐다고 교육정책도 바뀌어서야…

중앙일보 2010.09.11 00: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 교육을 칭찬한 바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배경에는 교육열이 있다는 것이다. 망원경으로 보면 좋은 면이 크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보면 그런 칭찬에 좋아할 때만은 아니다.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부터 공교육에 대한 불만, 과도한 사교육비까지 문제의 뿌리가 깊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이후엔 보혁 갈등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듯하다.


양측 대표, 상생 위한 일곱 가지 합의점 도출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는 그런 문제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주제는 ‘교육, 경쟁력인가 형평성인가’. 초·중·고에서 크게 불거진 주요 갈등을 6개로 나눠 토론했다. 학교선택권, 학력성취도 평가, 인성교육: 훈육 vs 자율, 교사 평가, 무상급식, 교과내용의 편향성 등이다.



‘보수-진보, 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8월 토론회 . 왼쪽부터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 김규원 경북대 교수 , 이종각 강원대 교수 , 이성호 중앙대 교수 ,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장 . [조용철 기자]
보수 성향의 이성호(중앙대 교육학) 교수와 진보 성향의 김규원(경북대 사회학)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이종각 강원대 교수가 사회를 봤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소장과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가 각각 보수·진보 측 토론자로 나섰다. 양측은 많은 차이점에도 “대통령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어도 주요 교육정책은 안정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평준화 vs 다양화=우리 교육의 기본틀에서부터 보수-진보 갈등이 시작됐다. 평준화 문제다. 1990년대 이후 특목고(특수목적고)가 여럿 생겨났지만 평준화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보수 측은 평준화 틀을 깨려 한다. 특목고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은 그런 시도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실제상황이기도 하다. 6·2지방선거 이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70∼80년대 평준화 교육은 고도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양질의 인력을 대량 배출하며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평준화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보 측도 시대변화를 인정했다. 김규원 교수는 “평준화보다 자율화·다양화가 더 매력적인 가치로 등장했다. 평준화 틀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 쪽이 특목고 확산을 반대하는 것은 ‘부와 권력의 대물림’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보수 측이 교육선택권 확대를 주장하는 데 맞서 진보 측은 교육평등의 헌법정신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준화를 보는 시각은 학업성취도 평가와 연계된다. 진보 쪽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생과 학교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반대했다. 보수 쪽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취약한 학교를 지원함으로써 교육불평등을 줄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상급식이냐, 세금급식이냐=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최대 공약인 무상급식도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역시 막대한 예산이다. 김규원 교수는 “중앙정부가 교육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산 배정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성호 교수는 “무상이 아니라 세금을 거둬야 하는 것이므로 ‘세금급식’이라 해야 옳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운영지원비를 줄이는 게 교육복지의 우선 순위”라고 반박했다.



체벌 문제에선 비교적 쉽게 접점을 찾았다. 원칙적으로 없어져야 하지만, 학교 질서를 위해 최소한의 제재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해선 진보 쪽이 당연한 절차로 여긴 반면, 보수 쪽은 학생-학부모-교사를 편가르기 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교육, 경쟁력인가 형평성인가’ 관련 보수-진보 성향 두 발표자의 합의 사항



① 대통령, 교육감이 바꾸어도 주요 교육정책은 안정성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적 협약 수준의 ‘교육정책안정망’이 요청된다.



② 정부는 자율성·다양성·개별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지향하되,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



③ 교육수요자(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교육을 통한 부와 권력의 대물림은 지양돼야 한다. 헌법에 나오는 교육평등의 기회도 보장돼야 한다.



④ 학업성취도평가 시스템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현행 두 차례의 평가는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⑤ 체벌은 원칙적으로 지양돼야 한다. 다만 우리 현실에 맞는 대체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⑥ 교사 평가는 필요하다. 다만 현행 평가제도는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⑦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교육내용을 담보한다.



※9월 토론 안내=9월 토론은 28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주제는 ‘사회복지, 미국모델인가 유럽모델인가’. 보수-진보 토론은 올해 말까지 매달 1회씩 열린다. 중앙일보와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가 공동 주최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박효종), 좋은정책포럼(대표 김형기), 한국개발원(KDI·원장 현오석)이 공동 주관한다.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02-2180-2731~3.






보수 이성호 중앙대 교수



거주지 중심 무시험 선발 골격 유지하되

교육 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은 보장해야




우리의 공교육은 양적 확대의 정점에 이르렀다. 대학진학률을 볼 때 여타 선진국보다 높다. 이제 공교육 체제는 다원화돼야 한다. 거주지 중심의 무시험 선발의 골격은 유지하되 지역 내 학교에 대한 교육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도입해 볼 만하다. 선택권 보장에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배려가 포함돼야 한다.



교육프로그램도 학생의 필요·능력에 따라 다원화돼야 한다. 특기·적성·진로 등을 고려한 ‘특성화 학교’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에서 사학의 역할과 입지도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 간 줄 세우기가 아니다.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학교 간 격차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공개 평가를 토대로 낙후되거나 취약한 학교를 차등지원하며 교육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



훈육은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는 교육이라는 목적을 위해 다소의 강제성이 용인되는 집단이다. 교내에서 학생의 권리와 자유는 상황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의 주체를 편가를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의 인권이 조례로서 보호해야 할 만큼 심각하게 훼손하고 위협받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무상급식은 공정성에 위배된다. 여유가 있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세금으로 지원되는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약자 계층에게 분배될 사회적 혜택을 감축시키는 행위다. 예산 마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학교교육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은 사회통합이다. 교육내용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이 사회 전체의 분열을 가져오면 곤란하다.



진보 김규원 경북대 교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진 상태에서

시장원리 따른 학교 선택권 불평등 악화




진보가 과거의 평준화 틀을 고수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회균등의 학교 선택권을 주장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진 상황에서 시장원리에 따른 학교 선택권 확대는 사회불평등을 악화시킬 뿐이다. 학생의 능력·적성이 학부모의 재력·열성에 달려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 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 입학에서 저소득층 자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의도가 타당하더라도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진정한 의도를 살리지 못했다. 전국 단위로 일제히 시행하는 발상은 자율화·다양화라는 교육정책적 가치와 상반되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사상(像)이 과거와 달라졌다. 학생의 성적만 신경 쓰는 ‘실력 있는 선생’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유도하는 ‘도움을 주는 지기’로서의 자리매김이 요청된다. 정형화된 내용, 획일화된 방법으로 교육하는 시대는 저물어 간다. 창의성 계발을 목표로, 개별 학생의 가치와 욕구에 기초를 둔 자료 선택을 안내하고 또 학생 스스로 자기설계를 하도록 돕는 것이 이 시대 교사의 주요 역할이다. 과거의 훈육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학생이 하기 싫은 것을 강제하기 위해 체벌을 동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복지 문제에 대한 논란은 예산의 규모와 사업집행의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예산 규모와 종래의 집행예산의 우선 순위를 고수하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정부가 예산 배정을 늘려야 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