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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속옷에서 찾는 상생의 지혜

중앙일보 2010.09.06 19:24 경제 4면 지면보기
브래지어 안에 몇 가지의 부자재가 사용되는지 아는가. 적어도 20가지 이상이 필요하다. 체형 보정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일반 옷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부자재가 쓰이는 것이다. 부자재가 많은 만큼 생산공정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협력업체 수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 그 이후의 관리나 마케팅, 매장 운영과 관련해 매우 많은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



속옷을 만드는 남영비비안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른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에는 원·부자재를 개발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한 회사 내에서 모두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더욱 다양한 제품을 좀 더 빨리 공급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했고, 기업 혼자만의 활동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품질과 빠른 기동성을 갖춘 우수한 협력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 체제가 됐다.



하나의 회사는 다양한 협력사와 관계를 맺게 되지만 그 역할도, 규모도 가지각색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와 납품받는 회사가 상하의 수직적 구조로 규정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관계를 넘어 동반자적인 입장에서의 ‘협력사’ 또는 ‘파트너’의 개념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즉 상생이 화두인 것이다.



상생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인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면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간의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의 중요성은 옛날부터 강조돼 왔다. 중국 고대 사상가이자 도가의 창시자로 유명한 장자는 소통의 철학을 세 가지 단계로 언급했다. 첫 번째 단계는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해 나와는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요구에 맞는 소통을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소통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이것이 곧 소통의 핵심이라고 했다.



남영비비안의 경우 주로 전문점 대표나 협력사와 함께하는 워크숍 또는 간담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제품이 점점 고급화되면서 속옷 기업들도 품질 경쟁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이들 속옷 기업에 원자재를 제공해 주는 협력사는 물론이고, 고객을 직접 대하는 전문점 대표들에게도 변화하는 시장 상황,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정보 습득은 꼭 필요한 일이 됐다.



그뿐이 아니다. 이런 워크숍이나 간담회를 통해 얻게 되는 큰 소득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대화의 장에서는 생산자와 판매자, 또는 판매자 상호 간의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제안은 물론, 효율적인 매장 및 재고 관리와 같은 부분에 대한 조언도 줄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들 협력업체가 본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사항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등 서로를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게 되면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참의미의 상생으로 이어진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기업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기본은 소통이 되어야 한다. 특히 모기업과 1차 협력사 위주로 구성돼 있는 소통의 창을 2차 혹은 3차의 협력업체로까지 확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2, 3차 단계에 있는 협력업체까지 참여하는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해 현황을 이해하고 정보를 상호 공유하려는 노력이 이뤄질 때 진정한 상생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김진형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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